독감에 걸리지 않으려면?
나는 내 부모를 좋아하지 않는다. 경찰이던 아빠는 욕만 안 했지, 추악하다시피 한 이기적인 속내를 거침없이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었고, 꽤 괜찮은 보통의 인간이었던 엄마는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다 결국 아빠와 비슷한, 이기적인 늙은 사람이 되어갔다.
그러던 부모가 최근엔 둘 다 아프게 되었는데, 먼저 아빠는 파킨슨에 치매 약간인 상황이 되었고, 엄마는 발목이 부러져 잠시 휠체어 등을 끌어주고 보살펴줄 사람이 필요하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엄마가 있는 병원과 근처 집의 아빠를 보살피기 위해 일주일에 몇 번씩 강남에서 강북으로 가곤 했는데, 말이 통하지 않는 아빠와 엄마를 대하면서도 크게 스트레스라고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필요한 것을 하는, 도리를 다하는 딸은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것은 큰 언니와 작은언니가 나와는 다른 시각에서 부모와 나를 대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때였다.
먼저 큰언니를 보자. 감정적이고 착한 언니는 평소에도 자기가 부모님과 무엇을 했는지 등의 사진을 자신의 가족이 포함된 가족카톡방에 올리곤 했었다. 그러면서 결국, 어떤 모양새가 되었냐면 현재 형편상 병원에 가장 많이 방문하던 나에게 그 가족의 질문과 요청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 작은언니가 감기 때문에 못 온다고 하자 문제없다며 큰언니와 내가 있어 괜찮을 거란 형부의 대답 (난 그런 표현을 한 적이 없다)
- 엄마 퇴원일에 형부가 차을 지원 하러 오려면 몇 시쯤 어디로 가면 되는지 형부의 질문 (누군가 확인해야만 하는 추정들 포함)
- 내가 엄마 퇴원이 염증 때문에 늦어졌다고 올리자 관련 형부의 질문 '염증이 수술부위에 발생한 것인지'
- 아빠가 장기요양등급을 꼭 받아야 하는지 (큰언니는 외부인이 부모님 댁에 오는 게 싫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냥 우리가 하면 안 돼?')
- 내가 산 간단한 형식의 밥통에 아빠가 밥을 한 게 아니라, 내가 준비를 다 해놓고 아빠가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 관련 (아빠 상황에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인데)
어차피 막내가 다 할 거야
나는 결국 가족 카톡방을 나왔고, 언니 둘과 엄마 아빠로만 구성된 5명 카톡방에서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만 답변하기로 했다. (여러 번의 힘든 소통 끝에 큰언니는 내 입장을 이해하게 된 듯했다)
이번엔 작은언니. 작은 언니는 간호사다. 게다가 현역 요양병원 간호사다. 그래서인지 가족카톡방에 올린 자신의 입장은 이런 것이었다.
- 엄마의 수술이 간단한 수술이라 이번엔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자신은 감기로 인해 추후에 방문하겠음
그리고 엄마 수술 후 일주일도 더 되어 잠깐 방문했는데, 휴게실에서 엄마와 하는 말이 이런 식이었다.
- 본인이 애 낳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엄마가 계속 있지 못하고 어디 가는 바람에 자신은 병원 화장실에서 혼자 쓰러졌다가 일어남
나는 작은언니가 왜 엄마에게 그런 말을 그런 순간에 하는지 정확히 이해했다. 가령 이런 뜻이다.
엄마는 내가 정작 필요할 때, 있어 줬어?
나도 지금 부모가 나를 필요로 하는 말을 할 때마다 되묻고 싶은 말이다. 나는 주로 금전이나 감정지원에 대해 부모다운 답변이 있었는지 묻고 싶지만, 꾹 참곤 한다. 하지만 그 부분이 내 실제 행동과 생각이 가장 큰 괴리를 일으키는 부분이 맞다. 그렇더라도, 내가 심적으로 기대고 있던 언니가 내 앞에서 수술로 약해져 있는 부모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고 있는 입장은 더 힘들다. (이 또한 작은언니와 소통이 되었고, 언니는 스스로 반추하는 듯 보였지만 언니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부모와의 소통은 그러려니 하고 오히려 넘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각 언니들의 부모와의 관계가 나와 다르며, '돌봄'에 대한 정의도 각각 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고집스러운 부모와의 소통에도 각각 10번 이상의 설명이 필요했는데 언니들이 주로 원격으로 이런 식으로 나오니, 나는 뚜껑이 열려버렸는데 한 번 전화에도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부모에게 이런 식이다.
- 내 감기 때문에 병원을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엄마의 말에 버럭 화내며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가 내 감기 때문에 이번 주엔 더 안 와도 된다고 하자 아빠가 꼭 오라며 울먹였다.
'너무 적적해'
6년 전쯤, 돈이 없어 집을 못 구하고 부모님 집에서 잠시 기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집안 청소를 하다가 먼지 때문에 기관지 천식처럼 기침을 해대게 되는 감기에 걸렸고 (코로나 시절이었는데, 의사가 코로나는 아니라고 했다) 그때 엄마 아빠의 반응을 보자.
- 엄마: 넌 왜 병원을 안 가니? 시끄럽게!
그러다 내가 밥을 안 차려 준다며, 나가라고 소리 질러서 집을 나온 것이다.
- 아빠: 밥값은 해야지. 나가!
지금의 그들은 그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은 듯하다.
그리고 난 형편없는 독감에 다시 걸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 주제의 글을 쓰기로 했다.
살아남기 위해.
제정신으로 인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