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같던 언니들

부모가 아프면 더 자세히 보이는 것들

by 오늘의 나

큰언니는 내 기준에 아빠에게 학대를 당했다. 공부 못한다고 매질도 당하고 언어폭력도 있었다. 그런 전체적인 집안 분위기는 언니를 바보로 만들었다. 나도 일조를 했을 것이다. 때문에 엄마 아빠가 휴가를 가면, 큰언니 괴뢰정부가 들어섰는데, 한 번은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모의 끄나풀정도의 포지션이던 내가 평소에 언니 창피를 많이 준 것 같다.)


하지만, 커서 언니가 보여준 부모에 대한 사랑은 진심이었다. 내가 보기엔 과거를 싹 다 잊거나 종교적인 힘 등을 빌어 스스로 다시 쓴 것 같았다. 언니는 소소하게 자신의 부모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곤 했고, 내가 볼 땐 자신의 딸들에 대한 교육목적도 있었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언니는 나도 사랑했는데, 난 한 번도 언니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내 부모는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언니는 착하고 순수하고 겉과 속이 동일한 심플한 사람이다.


반면 작은 언니는 얼굴도 제일 예쁘고, 중고등학교 때는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모을 만큼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도 성격은 좋다고 말할 수 없었는데, 한 번 화가 나면 다들 '와- 대박이다' 하며 혀를 끌끌 찰 정도로 돌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두 번째 결혼에 잘 적응해 잘 살고 있다.


내가 기억하는 첫째 언니와의 기억나는 장면은.. 유치원 때 산타클로스가 나 줄 선물을 부모가 준비해야 하는데, 엄마가 깜빡했는지 못 받게 되어 내가 울자, 큰언니가 엄마에게 속닥속닥 말해 초코파이를 사 와서 산타클로스에게 준 장면이다. 다 보고 있었다 나는.


둘째 언니가 고마웠던 점은, 내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돈을 벌지 않고 쓰기만 하던 시절 생활비가 없어서 쩔쩔매다가, (엄마에게 거절당했던 것 같다) 명절 때 부모님 댁에서 까닭 없이 크게 울어버린 적이 있다. 실제 작가들이야 그런 일이 많았겠지만, 나로서는 당장 생활비가 없고, 부모가 빌려주길 거절했다는 점에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은데, 며칠 후에 언니가 현금으로 200만 원을 싸들고 집으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부모가 이상해도 이런 언니들이라면, 사람이 살 수 있다. 이런 종류의 고마움은 어떤 과거나 고된 일도 잊게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다 부모와 관련된 일에 있어서 언니들이 선의의 개입을 한 것이었다. 그만큼 뚜렷한 도움을 준 언니들이 부모가 아프자, 빌런이 되었는데... 그 얘기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그들과 나와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 그들과 부모와의 관계

- 그들과 '부모를 대하는 나'와의 관계

로 달라졌는데, 이것은 낭만적으로만 우리 관계를 볼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부모라는 변수를 뺐을 때, 나는 언니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부모'변수가 끼어들자 기존에 감으로만 존재하거나 묵혀뒀던 부모에 대한 감정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현재 집안의 돌봄 메인으로써 이 모든 것들을 보아내고 있는데, 내 부모가 초래한 이 가족의 역사가 이해되기에 더 쉽지 않은 것이다. 나와 부모의 관계만 하더라도 기분이 대부분 황당한 상태에서 이 모든 것들을 보아내는 동시에 실질적인 가족 전체의 이익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일단 내 기분을 자세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사랑보다 좁거나 너른 의미의 감정만을 사용해야만 이 거센 폭풍을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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