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무언가 꽉 찬 듯하면서도 어딘가 허전한 날.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무언가 비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완전한 것 사이에 생겨버리는 작은 간격, 또는 여백.
완전한 것 사이에 생겨버리는 작은 간격. 또는 여백.
이건 때로는 실수처럼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애써 만든 공백이기도 하다.
나는 종종 그 사이에 앉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누군가의 말과 말 사이에서, 나와 나 사이에서. 그곳은 조용하고, 외롭고, 이상하리만치 편안하다. 꽉 찬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완전해지지 않는 완벽도 존재한다. 그러니 이 틈은 나를 숨 쉴 수 있게 해 주고, 밝은 빛이든, 어두운 빛이든 스며드는 창일 수도 있다. 오늘 나는 이 틈을 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어쩌면 모두가 문이라고 생각할 이 공간을.
여백의 온도라는 제목은 내가 틈을 외로움에 빗대어 쓸쓸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빛이 스며드는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차가우면서 따뜻하고, 충만하면서 공허하다. 시작이 될 수도 있고 끝이 될 수도 있는 이곳은 영영 나에게 존재할 것 같다.
햇살의 따스함인지, 달빛의 서늘함인지, 그것도 아니면. 태양의 강렬한 열기에 시든 마음일지, 달의 서툰 온기에 용기를 얻은 마음일지.
우리는 모두 이 틈을 가지고 있다. 당신의 마음도 여기서 달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