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누군가는 더위를 피하러 들어가는 곳에.
나는 아픔을 피하러 들어갔다.
나의 '그늘'은 안전했지만, 성장할 수 없었다.
마음속 깊은 상처를 치료받을 수 있는 곳은, 너의 옆자리뿐이었다.
영원히 머무르고 싶었던 나의 공간은, 언젠가부터 내 욕심으로 채워진 것 같아서 스스로 일어나길 갈구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그늘진 경계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용기 내어 한 발짝만 내디디면 되는데, 좀처럼 쉽지 않아서.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그 미련함 끝에는 어스름한 공간만 남아 있었다.
나의 과거는 어쩜, 이리도 어중간하게 아팠을까.
사과가 아닌 밥 한 끼 챙기라는 말을 대신 들었을 상처, 그저 장난일 뿐인 것에 할퀴어진 상처,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진 상처. 이 모든 것을 통틀어도, 겨우일 뿐인 상처들. 그 수많은 생채기는 쓰라리고, 따가워서 눈물도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어중간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의 곁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또다시 상처받을지도 모르는 넓은 세상이 두려운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한 겁쟁이인 것인지. 내면의 먼지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니 두려움의 정체와 눈이 마주친 것 같다. 내 안의 너무나도 여린 존재는 떨고 있었고, 그 모습에 저절로 씁쓸한 웃음이 얼굴 위로 번졌다.
발걸음마다 추를 매달아 놓은 것처럼 무거웠지만, 움직여야 한다.
겁쟁이의 탈을 벗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