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함을 깨우친 밤

by 큐인



새벽 2시에서 3시.

이 시간대는 그 시절 나에게 하루 중 가장 오지 않았으면 하는 시간이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던 내가, 그 시간을 경계하고 무서워하게 된 계기는 저번 글의 시점으로부터 이틀 후에 일어난다. 그것을 이 글에서 풀어 보겠다.


고요한 새벽에 들리기엔 이질적인 소리를 자각하고 난 후로, 한결같이 2~3시까지는 잠에 들지 못했다. 꼭 그 소리를 듣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눈꺼풀을 꾹 닫고 잠을 청해도 시각을 포기하니 청각만이 더욱 선명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시 반. 어김없이 방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달그락, 뚝 뚝… 뚝.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박혔다. 분명 희미한 듯 흐릿하게 들리는 것 같았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처럼 크게 느껴졌다. 그날은 자려고 노력했음에도 유독 잠에 들지 않아서. 아주 예민했었다. 분명히 가족 중 누군가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잔뜩 짜증 낼 심산으로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자꾸 새벽에 뭐 하는 거…!!”


방문을 열고 짜증 묻은 소리를 치려다가 부자연스럽게 말을 흐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의 신경질적인 소리가 닿을 곳에는 그 누구라도, 가족 중 누구라도 있어야 하는데. 사람은커녕, 새벽에 느낄 수 있는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짙은 암흑만이 집 안 내부에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 내뱉으려던 말을 순식간에 도로 집어삼킨 목은 긴장감으로 매여왔다. 서로 부딪히던 그릇도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그 무엇도 없었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거실이라고 하는 것이 알맞겠다. 하다못해 그릇이 싱크대 안에 있기라도 하면 모르겠다. 그것 또한 다른 의미로 무서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릇은 저녁에 엄마가 깨끗하게 씻은 후, 건조대에 가지런히 꽂아 넣은 모양 그대로였다. 그래, 아까 씻은 그대로.


나는 잡은 문고리를 놓지도 못한 상태로 생각했다. 식기는 저녁 밥을 먹은 이후, 엄마가 설거지했었다. 그러니 새벽에 설거지할 이유가 없다. 잠을 못 자는 도중에 시끄러운 소리까지 겹쳐서 한참을 뒤척였던 게 첫날부터 시작해서 도합 사흘째였다. 온갖 감각들이 날이 서,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럼 내가 3일 동안 새벽마다 들은 소리는 뭐지?’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이미 안방으로 뛰어 가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 있었다. 8살의 나에겐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포감이 덮쳐와서, 당장 부모님의 품이 필요했었으니까. 그 나이 때는 부모님의 얼굴만 봐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 때문인지, 문을 열면 맞은편에 보이는 곤히 잠든 두 얼굴에 마음속 깊이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깨우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깨우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겁에 질린 어렸던 8살의 아이는, 평소대로라면 급하게 부모님을 깨워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기 바빴을 것이다. 적어도 평소의 나는 그랬을 것이다. 무서웠으니까. 겁에 질렸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시야에 비친 부모님의 평온한 얼굴에 안정을 찾았다고 한들, 그 야심한 시각에 어둑한 방 안에서 난 그저. 가만히 바라봤다. 침대 바로 옆으로 가서 위에서 아래로 엄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만 봤다. 기이하게도.






이 시기의 일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8살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라기엔 섬뜩함이 도가 지나쳤다. 어린 날의 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만 무서워했다. 당장 나조차 이상한 줄을 모르고.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