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이상하리만치, 늦은 시간까지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조금 더 편한 자세를 찾기 위해 침대 위에서 한참을 뒤척거렸고, 내 움직임에 이불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귀에 꽂힐 만큼 선명했다. 원래 새벽이라는 것이 모두가 잠드는 시간대가 아닌가. 꿈을 찾아 조용해진 시간에 깨어 있다는 것은,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또렷하게 들릴 정도로 고요한 공간 속에 있다는 뜻이었다.
기억을 더듬자면, 새벽 2시에서 3시. 그 사이였을 것이다. 침대 맞은편, 벽에 걸려있던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2에서 3 사이, 30에서 40 사이에 자리했던 게 어렴풋이 기억나는 걸 보면 말이다. 잠을 청하기 위해 제법 긴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양을 세면 잠에 들까. 자장가를 속으로 흥얼거리면 잠에 들까. 이런 고민을 하며 감긴 눈꺼풀 뒤로 눈알을 천천히 굴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 달그락
눈꺼풀 뒤에서 천천히 굴리던 눈알의 움직임을 일순간, 정지시켰다. 이유는 다름 아닌 닫힌 방문 너머로 부엌에 위치한 싱크대에서,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캄캄한 방의 내부만이 아주 어둡게 비쳤다. 그 와중에도 소리는 계속해서 귓가를 찔러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리가 들린 건지, 맴돈 건지 잘 모르겠다. 지속적으로 달그락거리며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이 새벽에 뜬금없이 설거지라도 하는 듯했다. 물 없이 하는 설거지라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을 때쯤, 수도꼭지가 열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한 방울, 두 방울 빠르게 떨어지더니 이윽고 물줄기가 싱크대 바닥 면에 부딪혔다.
'이 시간에 왜 설거지를 하지? 엄마도 못 자고 있었나?'
그 시간에 느껴지는 인기척과 영문 모를 소리는 새로웠지만, 어렸던 나에게는 크게 낯설거나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가족 중 누군가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정말이지, 너무도 단순하게 흘러갔던 8살짜리 아이의 사고회로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이틀 뒤, 180도 뒤집어졌다. 아직도 기억 속에서 저장된 비디오처럼 선연히 재생될 만큼, 섬뜩하고 오싹한 일이었다.
이 이야기는 정확히 초등학교 1학년. 내가 8살에 지독히 시달렸던 경험을 토대로 쓰는 글이다. 그리고, 다 큰 성인이 된 이후에도 무슨 일들이 있었고, 어떤 기이한 경험과 마주했는지 적어 보려 한다. 생각보다 흥미롭다면 부디 끝까지 함께해 주길 바란다. 9월이 돌아온 지금, 더위의 끄트머리를 완전히 절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