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아주 가끔, 눈에 보이지 않던 흐릿한 수기가 뭉칠 때가 있다.
처음엔 마치, 못 보던 새로운 아지랑이를 발견한 것 같았다.
그것은 나를 감싸안아 길 잃게 만드는 '안개'였다.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기묘한 분위기의 산중과 마주칠 때 말이다,
앞길을 가로막는 불투명한 연기는, 꼭 희뿌연 담배 연기 같았다.
그 말인즉슨,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의 가림막 같기도.
누군가의 한숨 같기도 했다.
굳이 따지자면, 하늘의 한숨이라고 하는 게 더 알맞겠다.
저 드넓은 하늘도 내뱉고 싶은 것이 있겠지.
머나먼 괴로움이 있겠지.
아무리 손으로 내저어도, 끄덕도 않을 거대한 수증기의 집합체.
내 손에 잡힐 생각은 추호도 없으면서, 도리어 발목을 붙든다.
그래서 나는, 그 묘려함에 이끌려 한참을 그곳에 머물렀다.
그렇게 한참을 넋 놓고 주저앉아있었던 것 같다.
하늘의 한숨이 나를 숨 쉬게 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