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미련하게도, 소리 지르는 법조차 몰랐던 나라서.
비가 대신 울어주는 날이었다.
과도한 '슬픔'은 소리 내어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마음속 깊이 숨겨놓은 슬픔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괜찮은 줄 알았던 마음이 삽시간에 뒤숭숭해지고, 뱃멀미를 하듯이 울렁거렸다.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척했던 비애였다.
울렁거림을 참지 못하고 나오는 헛구역질에 입을 틀어막아도
터지는 감정을 막을 수 없었다.
금이 간 마음에 하늘이 대신 반응해 준 걸까.
슬픔은 이내 빗소리로 다가왔다.
하늘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곧 세차게 쏟아진다.
빗물에 빠르게 젖는 머리칼과 얼굴, 축축해지는 옷. 느려진 발걸음.
뺨 위를 스치는 물방울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되지 않는 날이었다.
하늘에 구멍 뚫린 듯이 쏟아지는 빗물에 슬픔을 묻어갔다.
소리 내 토해낼 수 없었던 나에게, 비는 유일한 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