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일어나자마자 곧바로 엄마에게 그 상황을 일러바쳤다. 아마 엄마라면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아이의 세상에서 다재다능한 존재는 다름 아닌 엄마였으니까.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엄마는 조금 난감한 듯 반응할 뿐이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니냐고 했다가, 그런 건 무서워하면 무서워할수록 더 크게 들릴 거라며 너무 무서워만 하지 말라고 하셨다. 내가 무섭다고 생각하면 더 이상한 것이 들리는 착각일 수도 있다고, 그렇게 나를 달랬다. 내가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말해도 돌아오는 반응은 한결같았다.
이후에도 그저 반복, 또 반복이었다. 나는 새벽마다 소리를 듣고, 매번 이불을 뒤집어쓰거나 소리에 못 이겨 안방으로 달려갔다. 그걸 며칠 동안이나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지난밤과 다를 것 없이 불안함을 느끼며 침대 위로 누웠다. 몹시 더운 여름이었지만, 얇은 이불을 발끝까지 덮고 눈을 감았다. 무서움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면 괜히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발이 신경 쓰일 때가 있지 않은가. 발밑으로 닿는 서늘한 감각이 너무도 싫었던 나는, 지독한 더위에 땀을 흘리면서도 이불을 꼭 덮었다. 그런데 사람이 참 우스운 게. 며칠 동안 특정 시간에 지속적으로 어떤 소리를 들으니, 정말 피곤한 날이 아니면 거의 무조건 그 시간까지 깨어있게 되었다. 그 말인즉슨, 나는 그 두려운 시간을 마냥 기다리는 사람처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는 것이다.
새벽 3시쯤. 오늘은 좀 늦다고 생각하며 얼른 잠들고 싶어 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은 드물었으니까, 들리기 전에 잠들지 않으면 또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에 사로잡혀야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무것도 듣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최대한 평온한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을 세뇌하다시피 굴었다. 그랬는데,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소리에 순서가 있었으니, 이번에도 당연히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부터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순서가 달랐다. 멀리서부터 쩌적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도 아니고, 수돗물이 틀어진 소리도 아니었다. 아주 명백한 발소리. 그 기분 나쁜 발소리는 처음 들었을 때와 동일하게 거실 내부를 빙빙 돌고 있었다. 매우 느릿하게 말이다. 생명이 담기지 않았던 사물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 누군가 집 안에 침입한 게 분명한 소리는 그 존재를 확인할 길이 없어 두려웠다.
어차피 내가 나가 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잖아. 사람이 아니겠지. 아닐까? 너무 사람 발소리인데 진짜 아닐까?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지만, 나에게는 진실에 다가갈 용기 따위 없었다. 그야 고작 8살이니까 당연했다. 애당초 저 발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도 내가 할 수 있었던 행동은, 눈 감고 안방으로 뛰어가기 정도였다.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뛰어갈 수 없었을 테니까. 저건 살아있는 것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지만, 판단하면 어떻고 하지 않으면 어떻겠는가. 결론이 귀신이라는 것에 닿아 공포심만 증폭될 뿐이었다. 8살짜리 아이의 조그만 머리통은 쉴 새 없이 생각했다. 소리를 안 들리게 할 수는 없는지, 기절이라도 좋으니까 당장 정신을 놓고 싶다든지.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 굴리는 소리가 방문 너머까지 들리지는 않을지. 사람이 아닌 존재라면 내 생각을 읽진 않을지. 정말 얼토당토않은 생각 속에 갇혀있을 때였다.
- 쩌적…….
왜인지, 유독 크게 들리는 발소리를 느꼈다. 하던 생각들을 일단락시키고 자연스럽게 소리에 집중했다. 온 신경이 방문 너머로 쏠린 것이다. 그러자 음습한 발소리가 고막을 뚫고 들렸다. 더 크고 명확하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가까워지고 있었다.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가까워지는 거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의문이지만, 당시의 나는 발소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절대로. 점점 가까워지던 발소리가 뚝 끊겼다. 그리고 소리가 끊긴 지점은, 내 방문 앞이었다. 거실 내부를 크게 빙빙 돌던 발소리가, 갑자기 내 방 쪽으로 다가와 문 앞에서 멈춘 것이다. 그러니까, 방문 앞에서 말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었지만, 극도의 불안감은 떨리던 호흡을 기어이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 것도 모자라 그 밑에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몸을 웅크렸다. 싫었다. 날 기다리는 건가? 왜 내 방문 앞이지? 뭐 하는 거지? 왜? 내가 소리를 들어서? 내가 듣는 걸 아니까?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겨우. 이불 밑에서 더운 열기에 흐르는 땀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며, 속으로 비는 것이었다. 제발 사라져달라고. 없어지라고, 차라리 기절하고 싶다고.
왜 온 거지? 내 방문 앞까지 왜 온 거야. 여태까지 이런 일 없었잖아. 거실만 돌았잖아, 나한테 왜 이래. 너무 무섭다, 이러지 마. 제발 가 버려. 없어져. 뭐 하려는 거야? 기다려? 날? 들어오진 않겠지? 들어오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방문이 열리면 어떡해? 그냥 지금… 아니야, 못 가. 바로 문 앞에 있는데 안방까지 못 가. 소리를 지를까? 여기서 엄마 아빠를 소리쳐서 부르면 와 줄까? 그 전에 문이 열리면 어떡해. 안 돼, 못해. 눈물 날 것 같아. 싫어, 목소리도 안 나와. 무서워, 살려 줘. 문만 열지 마. 그냥 가. 왜 하필 나야. 문 열지 마, 문 열지 마. 문 열지 마. 문 열지 마. 문 열지 마. 문 열지 마. 문 열지 마.
문 열지, 헉……! 갑자기 정신이 깊은 웅덩이에서 바깥으로 올라오듯 빠른 속도로 돌아왔다. 그 영향으로 눈을 떠 보니, 아침이었다. 방 안의 창문에서 햇빛이 들어왔고, 나는 한 손에 이불을 꽉 쥔 채 일어났다. 부스럭거리며 상체를 일으켜 앉고는 방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평범한 나의 방. 별일 없었던 것처럼 밝은 빛과 차분한 공기만이 내려앉아 있었다. 처음 겪는 졸도였다.
평화로운 듯 보이는 아침 시간대의 내 방의 분위기와는 상반된, 이불 끝자락을 강하게 움켜쥔 손. 식은 땀을 흘렸던 뒷덜미와 미세한 떨림을 유지 중인 숨은,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았다. 그 발소리는 대체 왜, 무슨 연유로 내 방문 앞에서 멈춰 섰고, 얼마나 그 상태로 있었을까. 그것은 과연 날 기다리던 게 맞았을까. 내가 졸도했을 때 들어오진 않았을까. 정신을 잃은 날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마치 엄마를 내려다보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