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처럼 보였던 것

by 큐인



내가 괴롭던 그 시절, 가장 이상했던 것은 정체 모를 소리가 아닌.

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내가 새벽마다 안방으로 달려갔던 시기, 엄마가 목격해 버린 일에 대한 것이다. 나는 다 크고 나서도 가끔 엄마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곤 한다. 내가 들었던 소리들, 새벽마다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 엄마를 지켜보던 기행, 그 행위에 대한 엄마의 생각, 엄마의 시선에서 바라봤을 때의 느낌. 이런 것들 말이다. 대화를 나누면서 서운했던 감정도 꺼내보고, 그때 그 일은 정말 이상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나온 말이었다.


“아, 그래. 니 새벽에 안 찾아오던 날에는 가끔 혼자 거실로 나가던 건 기억하나?”


이야기 도중 가볍게 던져진 엄마의 질문이었다. 그래도 지나간 일이라고 나름 웃고 있던 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질문.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엄마가 장난치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며 웃었던 것 같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거짓말하지 말라는 정도로만 대답했다. 내 말을 들은 엄마의 표정에서 제법 진지한 듯, 진짜라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정말 장난인 줄 알았다. 기억 안 나냐는 질문을 다시 들었을 때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오싹함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내가 새벽마다 거실로 나갔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그런 적 없는데.”


“뭐라하노, 그럼 엄마가 지금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소리가. 진짜라니까.”


“아니,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제일 무서운 게 거실인데. 엄마 기억 안 나? 전에 거실 무섭다고 내가 막 울면서 방문 두들기고 그랬었잖아.”


“근데 니가 나오더라니까? 눈으로 봤다니까 그러네. 니 방에서 자다 말고 이불 들고나오더라.”


“이불?”


이불? 말로 내뱉으면서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물었다. 이불을 들고 나갔다는 게 무슨 소리지? 내가 기억나는 건, 지난 글에 적어둔 그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도 이불 같은 건 들고 있지 않았는데. 어쩐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엄마에게 설명을 보채며 빨리 말해달라고 했다. 엄마는 몽유병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며 두어 번 정도 목격했던 일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8살 어린아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거의 매일 새벽 2~3시 사이. 거의 매일 새벽마다 부리나케 안방으로 달려갔던 수많은 날 중, 당연한 말이지만 안방으로 가지 않았던 날도 있었다. 보통 소리에 시달리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졸도를 하거나, 운 좋게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잠들었거나. 그런 날들 말이다. 그래서 그런 날에는, 내가 완전히 방 안에만 있었던 줄로 알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무언가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지난 글에서 말했듯, 그 일이 있었던 이후로 의심은 해 봤던 것 같다. 내가 언젠가 또 그러진 않을지. 그럼 나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런 생각은 해 봤지만, 지난 글의 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줄 알고 있었던 나에게 엄마의 말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계절이 여름이니 새벽에도 열기가 가시지 않았던 탓에, 더위를 많이 타던 엄마가 방문까지 열어놓고 자던 때가 있었다. 어차피 내가 찾아올 거라면 방문을 열어놔도 상관없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쉽사리 잠들지 못하던 날이었다. 그저 ‘오늘따라 잠이 안 오네.’ 속으로 읊조리고, 한참을 뒤척였더랬다. 유난히 정신이 멀쩡했던 날. 자야 할 시간에 눈을 뜨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오늘도 내가 안방으로 찾아오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바로 잠들지 못하는 날에는 내가 잘 자고 있는지 걱정하며 도대체 새벽에 거실이 어떻다는 걸까. 라는 생각과 함께 방문 쪽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 끼이익…….



아주 작은 소리였다고 한다. 하지만,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 새벽이 아닌가. 내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엄마는 내가 또 안방으로 오기 위해 나오나 보다 싶었다고 했다.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내 몸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무언가 질질 끌고 나오는 게 보였던 것이다. 저게 뭐지? 잠깐 생각한 엄마가 처음에는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던 것을 유심히 바라보니 이불이었다고 했다. 나는, 이불을 방에서부터 질질 끌고 나와, 갑자기 우뚝 서 있었다고 들었다. 한 손에 이불을 쥔 채 가만히 서 있다가. 그 큰 이불을 천천히 두 손으로 잡더니 허공에 이불을 흔들어 보겠다고 휘저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 당시 내가 덮고 자던 이불은 흰색이라, 어두운 새벽에도 한 번 이불인 것을 확인하니 굉장히 잘 보였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엄마는, 솔직히 조금 섬뜩했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숨을 죽인 상태로 나를 쳐다봤고, 나는 이불을 최대한 허공에 대고 휘젓고는 다시 힘없이 이불을 질질 끌며 아주 느릿하게 방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끼이익……. 하며 문을 닫았다고 들었다.


엄마는 문 닫고 들어가는 나를 보고, 애가 왜 저러지? 싶은 생각과 몽유병이 있었나. 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몽유병 같은 건 없을 텐데 이상하네. 정도만의 의문을 품은 채, 괜히 방문에서 등을 돌리고 잠을 청했다는 소리를 들은 나는 그저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겁주려는 농담일까 했던 희망 회로는 엄마의 진지한 표정에 의심을 거둔 지 오래였고, 그냥 소름이 돋을 뿐이었다.


전혀 기억에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런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에는 엄마의 목격담이 있었고,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엄마는 혹시 정말로 몽유병이 아니냐고 했지만, 몽유병을 앓고 있던 걸로 결론을 내리자니, 엄마가 본 것은 딱 두 번. 똑같은 행동을 하는 날 새벽에 두 번 정도 본 것이 끝이라고 했다. 그 이외에도 무언가를 했을 수도 있지만, 정황상 이상했다. 내가 정말 몽유병이었다면 다른 행동도 하지 않았을까. 지난 글에서도 나는 몽유병 때문에 거실 정중앙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몽유병이라기엔, 엄마가 목격한 그 두 번이 끝이다. 이후에도, 다 큰 성인인 지금까지도. 나는 몽유병을 앓고 있지 않다. 하지만 단순한 몽유병이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차라리 모든 게 내 착각이었으면 하는 것처럼. 막연하게 몽중방황이길 바랐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여담이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적이 있다. 내 말을 가만히 들어주던 친구가 흰 이불을 허공에 흔들었다고 말하니 굉장히 놀라며 나에게 해 주었던 말이 있었다.


“무당이 굿할 때 흰 천 흔들잖아! 그런 거 아니야?”


친구의 말에 순간 소름이 오소소 돋는 기분 나쁜 감각이 훅 끼쳤었다. 손을 내저으며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지만, 상관이 있을지 없을지는 아마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