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했듯, 그 집에는 어쩌면 더 옛날부터 이상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1학년, 나에게는 여덟 살 더 많은 사촌 언니가 있었다. 사촌 언니는 그 당시의 나보다도 더 어렸을 때부터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고, 들었다고 알고 있다. 기독교였던 이모가 목사님께 직접 부탁해서 집으로 모실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나도 종종 허공에 대고 소리 지르는 언니를 본 적이 있었다. 어릴 때는 집이 아주 가까워서, 사촌들이 우리 집에서 놀다가는 날이 잦았다. 사촌은 삼 남매였고, 큰오빠와 언니, 나와 동갑인 막내 여자애가 있었다.
주로 사촌 언니와 동갑인 아이가 우리 집에 곧잘 놀다 가고는 했다. 지금부터 이야기를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촌 언니, 막내, 나. 이렇게 부르도록 하겠다. 사촌 언니는 자신의 집이 아닌, 우리 집에 와서도 종종 허공에 대고 혼잣말하거나 소리를 질렀었다. 어떤 날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며 집 안이 울리도록 소리친 적이 있었고, 하필 사촌 언니의 집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더 자주 그랬다는 사실을 많이 무서워했다. 분노를 못 이겨 흥분한 상태인 사촌 언니한테 조심히 다가가서 왜 그러냐고 질문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허공을 죽일 듯이 노려보면서 욕을 읊조리는 언니의 얼굴만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있다.
그렇게 한참을 보이지 않는 것과 싸우던 사촌 언니가 겨우 진정하면, 그제야 다시금 질문할 수 있었다. 무서우니까 그러지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하지만 사촌 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대답했었다.
“자꾸 기어들어 오려고 하는데 어떡하냐 그럼? 쫓아내야지.”
딱딱하게 툭 내뱉은 언니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그때의 난 겨우 일곱 살이었다. 무섭기만 했고, 허공을 향해 소리치는 언니가 어렵기만 했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이상한 것과 마주하지 않을 때의 사촌 언니는 꽤 좋아했었다. 언니가 없었던 나에게는 사촌 언니도 친언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유 없이 언니라는 존재가 좋을 때였다. 그래서 무서워도 집에 놀러 오면 반겨주고, 금세 웃고 떠들며 놀았던 것 같다. 종종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갖은 욕설을 퍼붓는 모습만 빼면 좋았다. 그렇게 일곱 살 때까지 아주 잘 지냈던 사촌 언니는 어느 날 갑자기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되고, 나는 조금 아쉬워하며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해 여름.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여덟 살 이후로 몇 년간, 나는 아주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생활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사촌 언니가 한국으로 귀국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음 날 학교를 다녀오면 언니가 집에 와 있을 거라는 엄마의 말에 들뜬 마음으로 얼른 내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 그날은 정말 일찍 잠들고, 등교를 하고 나서도 하교만을 생각하며 시계만 쳐다보고 있었다. 학교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낸 건지는 기억도 안 날 만큼, 어영부영 넘긴 나는 학교가 끝마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서 언니를 반겼었다. 들어보니 2~3년 정도는 더 있다가 다시 해외로 나갈 것 같다고 하는 말에 되게 신나 하며 그럼 우리 또 예전처럼 놀 수 있는 거냐고 물으며 좋아했고, 언니도 웃으며 긍정을 표했다.
지난날의 언니의 무서워 보이는 행동들은 거의 다 까먹은 채였다. 그랬던 내가 다시 한번 언니가 어떤 존재를 보고 듣는다는 사실을 깨우친 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을 것이다. 당시 열 살이었던 내가 한없이 어려 보였을 열여덟 살의 언니는 나와 잘 놀아주었으며, 우리 집에서 자고 가는 날도 많았다. 하루는 아빠의 출장으로 조금 비어 보이는 집을 이모와 사촌 언니가 채워주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언니가 갑자기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걸어왔다.
“언니가 무서운 얘기해 줄까? 무서운 얘기 좋아해?”
무서운 걸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창문 밖의 풍경은 해가 중천인 대낮이었고,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라면 내가 겪은 일도 이야기해 줄 참이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니, 언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바로 어젯밤 가위를 눌린 이야기였다.
사촌 언니는 음악 듣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좋아하는데, 하물며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어땠겠는가. 잘 때는 그 무엇에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하는 성격이었던 언니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작은 MP3를 항상 소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MP3는 자기 직전까지도 유용하게 쓰였던 것인지, 사촌 언니는 줄 이어폰을 귀 양쪽에 꽂고 본인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었다고 했다.
“노래 들으면서 막 잠이 들락 말락 눈이 감기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한 거야.”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었다. 그때 당시의 계절은 여름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언니는 방문을 닫지 않고 활짝 열어둔 상태로 잠을 청했을 것이다. 집 구조상, 방문을 활짝 열고 침대에 누워서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안방이 조금 보이는 구조였다. 정확히는 안방의 침대 헤더 부분에서부터 절반 정도까지. 여름에는 보통 방문을 활짝 열어두고 잤던 터라 언니의 시선에는 안방의 내부가 보였을 것이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언니가 자연스럽게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방문 너머로 보이는 안방의 침대 위에서 이모가 곤히 잠든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럴 만했던 것이, 우리 엄마는 침대 안쪽에서 잤고, 이모는 침대 바깥쪽에 누워있어서 언니에게는 이모만 보였을 것이다. 사촌 언니는 자신의 엄마를 쳐다보며 왜 이렇게 느낌이 묘하지… 라는 생각에 잠겨있다가 무언가 발견했다고 했다. 이모가 자는 침대 위, 천장에서. 사람의 발이 서서히 내려오는 것을 말이다. 긴 원피스 차림의 여자로 보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발이, 점점 이모에게 가까워지며 발, 다리, 상체를 넘어 얼굴이 보이려고 할 때쯤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얼굴이 드러날 정도로 엄마에게 가까워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언니는 이모를 깨우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며 침대 위에서 어떤 여자의 목까지 보이자, 사촌 언니는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고, 계속해서 이모를 부르려고 목소리를 쥐어짜 내는데.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던 노래가 지지직- 거리며 가사가 자꾸만 끊기기 시작했다고 했다.
하나부, 터 열까.지, 다 널 ㅇ 한, 소…… 내 말, 듣지않, 는 …에게는, 뻔■■■■ (아이유 - 잔소리)
끝으로는 음악이 아예 뚝 끊겨 아무 소리도 흘러 들어오지 않게 되고, 눈동자만 굴리던 언니가 다시 안방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는 여자의 형체가 사라졌었다고 했다. 그것을 확인하고 어딘가 탁 풀리는 느낌을 받아 몸을 조금 움직여 보니, 잘 움직여지는 몸을 느끼고 벌떡 일어났다고 말했다. 일어나서 한 번 더 안방을 확인한 언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MP3를 다시 재생시키기 위해 재생 목록을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던 사촌 언니의 MP3 안에는 수많은 노래가 저장되어 있었다. 그랬는데, 지지직거리며 뚝 끊겼던 노래를 마지막으로 다 사라진 것이다.
그 많던 노래가 전부 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나는 사촌 언니에게 에이~ 그게 다 사라졌다고? 거짓말.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언니가 진짜라며 MP3의 재생 목록을 보여줬고, 그 안에는 정말로. 정말 수많은 노래가 꽉꽉 채워져 있던 재생 목록이 텅 비어 있었다. MP3의 텅 빈 내용물을 보고 충분히 겁먹은 상태인 나에게 언니는 사실 옛날에도 이런 비슷한 가위를 눌린 적 있다고 말해줬었다. 해외로 이민 가기 전, 우리 집에서 자주 놀다 갔던 그때 말이다.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른 것도 검은 형태의 무언가가 가만히 서 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얼씬도 못 하게 하려고 그랬던 거라고 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던 일곱 살 때부터도 사촌 언니는 집에서 이상한 것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어쩌면 문제의 시작은 더 오래전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집은 언제부터 이상했던 것일까. 사촌 언니가 가위에 눌렸던 밤, 머물렀던 곳은 우리 집이었고, 잠들었던 방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줄곧 내가 써 오던 방이었다. 내가 뭣 모르던 시절부터, 그 집에는 대체 무엇이 존재하고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