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https://youtu.be/89WO-6TJVWI?si=ZcTDUX3FLCum3vKx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눈 주변이 엉망이 된 네가 내 손을 뚫어져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너와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손을 맞잡고 나서부터는 자연스러웠다. 무엇이 자연스럽냐 묻는다면, 그저 함께 있는 것이.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에 들고, 같이 눈을 떴다. 허망함이 메워진 너의 얼굴에는, 다양한 표정이 존재하게 됐다. 공허함과 절망은 잃어버린 듯했다. 그렇게 믿었다. 내가 너를 놓치기 전까지는. 어느 순간부터 나와 따로 행동하려는 네가 보였다. 너는 내 옆에 있었지만, 동시에 없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원망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럴 거면 그때 내 손을 쳐내야 했다고. 네가 지쳐 보여서 내민 손이었는데, 날 거절해야 했다고.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내가 더 이상 소리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너를, 이길 수 없게 만들었다.
“넌 울고 있었잖아.”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말의 씨앗이 목에 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지독히도 바보같이, 입술만 달싹이다 고개를 떨궜다. 그날 나의 얼굴 따위는 기억에도 없었다.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허무로 가득 찬 너의 얼굴만 보였었다. 너의 손을 잡아야만 했다고 느꼈는데, 너를 지탱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과거를 들춰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도 너의 말 한마디에 기억을 더듬고 있는 나는, 이내 전의를 상실했다. 인정해야 했다.
내가 너의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네가 나의 손을 잡아준 것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나를 구원해 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