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https://youtu.be/YguvZnzjrsU?si=6STEHIUMM4cK0flo
눈을 감으면 그날의 네가 그려졌다.
귀를 닫으면 네가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네가 내 손을 놨잖아. 난 죽어가고 있었는데.”
배신감에 부아가 치미는 듯한 목소리였다. 떨림이 많았고, 불안해 보였다. 난 그저 너를 믿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정작 널 믿는 나를 믿지 못했다. 그날은 목울대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솟아도 악착같이 참았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게 의지하는 시간이 너를 괴롭히는 시간보다 많아졌다. 그건 분명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너의 세상이 내가 된 게 문제였다. 나를 보느라 너의 앞날을 보지 못했고, 나를 위해서 너의 미래를 포기했다. 그게 나를 무너뜨렸다. 내가 너를 망치고 있는 것 같아서, 젖은 눈과 떨리는 손을 외면했다. 내가 떠난 건, 너의 탓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고, 그래서 더 돌아갈 수 없었다.
돌아갈 수 없는데, 물기 가득한 너의 눈과 옷깃을 붙잡는 손의 떨림은 여전히 선연했다. 날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서. 무서웠다. 너에게 나의 존재가 컸던 만큼, 나에게도 너는 큰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부디 몰랐으면 좋겠다.
편안히 나를 원망할 수 있도록. 편안히, 나를 비난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