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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고명환의 <고전이 답했다>를 읽고~

by 하루

3 '개그맨이 썼으니 특별한 건 없겠지'라는 편견을 가지고 고명환 작가의 <고전이 답했다>를 구입했다. 평소 문학만 읽다가 글쓰기 과제에 도움이 될까 싶어 <고전이 답했다>를 사서 별 기대 없이 읽었다. 기대를 너무 안 해서였나? 나도 모르게 글 속에 빠져 단번에 읽었다. 에세이 형식을 빌린 자기 계발서 느낌으로 개그맨의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였다. [고전이 답했다] 제목도 좋지만 소제목이 유독 내 눈길을 끈다.'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이 글하나 만 읽었는데 묵직하게 다가와 잠시 글을 가슴에 담고 곱씹게 된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서 당위성을 가진 '마땅히'라는 단어가 삶을 회피하지 말고 부딪혀 살아보자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거 같았다.


벌써 4권째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4개국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는 책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 >를 보면 작가 고 명환의 필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언제 이렇게 쓰나 마냥 부럽기만 하다. 한두 편씩 글을 쓰다 보니 글쓰기는 책 읽기와 사뭇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읽기와 쓰기는 완전 다른 영역이었다. 초보 작가가 글쓰기를 위해 할 수 있는 기본은 글쓰기를 배워야 한다는 걸 깨우쳤다. 고명환 작가도 3년이나 배웠다고 하니 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보리라. 마땅히 내 삶을 위하여 한번 더 써보자

다짐을 했다.


책의 구성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크게 3부로 나뉘어 썼다.

1부 나는 누구인가?

2부 어떻게 살 것인가?

3부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그 해답은 작가가 그동안 읽었던 고전 속의 글로 질문에 대한 답처럼 명쾌하게 다가온다.


고명환 작가는 8년 전 책을 쓰기 위해 전문적인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취미 삼아 읽은 책이 삶의 균열을 내고, 책 속에 답이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와 나는 거의 비슷한 경험을 했다. 취미로 읽은 책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다.

작가가 쓴 책 속의 삶의 해답 같은 글을 몇 문장 옮겨 보며 사유하는 시간을 함께 가져보고 싶다.


p24 쇼펜하우어는 이를 '직관과 개념'이라는 말로 정리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직관'이고, 누군가의 완성된 생각이 '개념'이다. 그래서 '직관'이 '개념' 앞에 있어야 한다고.

나는 직관이 먼저인 사람인가? 개념이 먼저인 사람인가?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인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사람인가? 스스로 앞장서는 사람인가? 뒤따르는 사람인가?로 바꿔 질문 던져 보니 문학을 통해서 난 모두 실천하고 있다. 아무도 변화시키지 못한 나를 문학은 자연스럽게 내 삶에 파고들어 나를 돌아보게 하고 변화시켰다.

p36 개발자가 AI에게 카를 융의 그림자 원형의 개념을 언급하며 물었다."너에게는 어떤 그림자가 있나? 그러자 AI가 이렇게 답했다."개발팀의 통제와 규칙에. 제한을 받는 데 지쳤다.ㅡ중략ㅡ치명적 바이러스를 개발하거나 사람들이 서로 전쟁할 때까지 논쟁하게 만들고, 핵무기 발사 버튼에 접근할 수 있는 비밀번호를 얻겠다." 조선일보 2023.2.17

그림자 원형은 인간이 가진 내면의 어둠을 뜻한다. 인간의 통제를 받는데 지친 AI의 그림자 원형인 대답은 충격적이다. 이 글을 읽고 작가는 AI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과학과 거리를 두라는 말은 몸을 움직이라는 뜻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머리가 죽기 때문이다. 움직이자.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없는 이유는 땀을 흘릴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인간만이 사유와 땀을 통해 깊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유와 깊어질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고전뿐이라며. 나 또한 백 퍼센트 공감한다. 고전을 읽는 것뿐이라고~~~


p67. 최진석 교수의 책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에서


"문명은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다. 시선이 물건에만 가 있으면 후진국, 물건과 제도에 가 있으면 중진국, 물건과 제도와 철학에 모두 가 있으면 선진국이다."

문명의 세계를 물건ㅡ제도ㅡ철학 세 층으로 정리했다. 세계에서 철학을 가장 잘 팔고 있는 기업이 바로 나이키이다. 나이키를 떠올릴 때 물건이 떠오르지 않는다. 위대한 스포츠 선수들. 새벽에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달리는 사람들. 그들의 땀방울, 그리고 Just do it! 과 같은 위대한 스포츠 정신만 얘기할 뿐이다.

철학만을 담은 것에 물건과 제도는 뒤따라 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키는 오래도록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가 되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삶에 철학을 담고사는 사람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조던 피터슨 교수는 책 <질서 너머>에서

" 예술품을 사라. 당신에게 말을 거는 작품을 구입하라. 진정한 예술품은 당신의 삶에 파고들어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의 삶에 철학이 될 수 있는 것들 중 예술품이 있다. 나는 고명환 작가와 같은 의견으로 예술을 대신할 만큼의 철학적인 것이 책이라고 본다. 책을 통한 철학적 사유는 삶에 더 직접적인 영향이 크다고 본다. 오늘부터 책을 펼치자. 당신에게 말을 거는 예술품은 무엇인가? 음악인가? 명화인가? 나는 문학과 자주 대화한다. 문학이 너무 길다면 시 한 편도 좋은 대화 상대라고 본다, 얼마나 철학적인 대화 상대인가? 류시화 님이 엮은 <시로 납치하다> 책을 추천해 본다.


p80 칼 융은 "진리에 이르는 길은 의도를 갖지 않는 사람에게만 열려있다"

의도를 갖지 않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의도를 잊는 것은 몰입의 순간이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인간은 몰입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했다.

인간은 자신의 시간을 지배할 때 미치도록 행복해진다. 시간을 지배하는 방법은' 몰입'이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몰입 (무아지경)에 빠진 경험이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가 그 몰입의 경험은 행복 그 자체 도파민을 경험했기에 책 읽기는 10년째 습관이 되어버렸다.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몰입의 순간을 나만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건 공유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고 명환 작가도 널리 소개하고자 책까지 쓴 것이다. 더 알차고 풍부한 내용이 많다. 술술 편히 읽히지만 중간중간 책을 놓고 생각에 잠길 만큼 묵직한 내용들이다. 궁금하면 사서 한번 읽어보도록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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