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 독서토론 후기
2025년 6월 둘째 주 모임에서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독서토론을 진행했다.
『맡겨진 소녀』에 이어 두 번째로 선정된 클레어 키건의 작품이다. 『맡겨진 소녀』가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중년의 남성 펄롱의 시선을 통해 어른들의 침묵과 책임, 그리고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실제로 벌어진 여성과 아이들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다. 그래서일까. 나에게는 전작보다 훨씬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작가의 문장은 간결하고 쉽지만, 그 안에 담긴 주제는 명징하다. 이렇게 소박한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 깊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가 나눈 질문: “작가가 주목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무엇인가?”
회원들 사이에서는 펄롱이 세라를 수녀원에서 구해낸 일이 ‘위대한 행동인가, 사소한 일인가’에 대한 얘기가 가장 중심토론으로 이어졌다.
실은, 세라가 펄롱에게 바란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수녀원 바깥으로 데려다 달라는 작은 부탁이었다. 아이를 키워 달라는 것도, 거처를 마련해 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펄롱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은 그 작은 부탁을 외면한다. 수녀원이 쥐고 있는 ‘기득권’ ― 석탄을 구매해 주고, 세탁을 맡겨주며, 자녀 교육을 책임지는 ‘선의의 제도’ ― 때문에, 그들은 침묵을 선택한다.
“나만 아니면 돼.”
“우리 아이는 잘 크고 있으니까.”
이런 방관자적 태도는 결국 공동체 전체에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 있다. 작가는 이 점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용기를 내지 못한 것들' 역시 ‘사소한 것들’이라 역설적으로 말하는 듯하다.
# 펄롱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펄롱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장면들이다.
펄롱의 어머니는 16살에 미혼 임신을 했고, 마을에서는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미시즈 윌슨은 그런 어머니와 아기였던 펄롱을 집으로 들이고, 비난하거나 질책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사소한 배려’였는지 모르지만, 그 배려는 두 생의 존엄과 미래를 지켰다.
작가는 반복해서 말한다.
“주는 사람에겐 사소한 일이, 받는 사람에겐 삶을 바꾸는 힘이 된다.”
그렇기에 펄롱은 세라에게 손을 내밀 수 있었던 것이다.
# 우리가 인상 깊게 읽은 문장들
“속이 빈 자루는 제대로 설 수 없는 법이지.” (p14)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 딸들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잖아?” (p55)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p121)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p120)
“사람한테서 최선을 끌어내려면, 그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 (p100)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p54)--> 펄롱의 선택은 ‘자유의지’이자 ‘용기’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 이제, 우리가 펄롱이 되어야 할 때
이 소설은 우리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졌다.
“너는 지금 침묵하고 있지 않니?”
“너는 무엇을 모른 척하고 있지는 않니?”작가의 말을 다시 기억해 본다.
누군가에게 베푼 ‘사소한 친절’이 인생을 바꿀 수 있으며, 우리 모두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고.
이제 나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가볍게 넘기지 않겠다.
내가 한 작은 말, 작은 친절,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겐 전부일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