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반려 동물 박람회에 가기 시작한 첫 날, 인기 많은 도마뱀인 크레스티드 게코(Crested Gecko)가 부스 직원의 소개로 손에 올라 어깨와 귀를 타고 머리를 점령했다. 크림색 계열의 릴리 모프(Morph, 유전적 외형으로 특정 색, 무늬를 뜻함)로 부드러운 색에 더한 따뜻하고 보드라운 살갗에 이 작은 생명을 다치게 할까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직원이 다시 손에 올려주고 다른 종도 다른 손에 놔주었다. 가만히 있던 가고일 게코(Gargoyle Gecko)는 나중에 보니 낯선 곳이 위협적이었던지 본래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었던지 머무른 흔적 그대로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마저 저 작은 존재가 혹시나 긴장해서 생긴걸까 싶어 피가 맺혀도 아프지가 않고 감히 귀엽고도 가여웠다.
다음 박람회에서는 알아보러 나온 거북이가 없어 돌아다니던 중 노란 눈이 매력적인 반수생 게, 뱀파이어 크랩(Vampire Crab)을 만났다. 통통한 보라빛의 집게발과 결코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리고 게에 대한 탐색이 몇 주 이어졌다. 생태계를 재현하는 비바리움을 넘어 물의 흐름을 들이는 팔루다리움이 반수생 게들에 나름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고 소형종인 해당 게와 관리 시 환수, 오염물 분해생물을 염두에 두면서 자연스레 검색란에 게 관련 키워드는 더이상 오르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들일 곳은 사무실로 수명이 길지 않고 기르기에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며 냄새가 덜 나고 귀가 둔해야 했다. 기준이 문제적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장애가 있는 존재여도 좋다는 말로 덮어씌우고 이에 적합한 이를 찾고 있었다. 거북이는 취선이 없어 몸에서 냄새가 나지 않고 외이가 발달되지 않아 내이로 진동을 느껴 보통의 ‘청력’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없다. 이에 거북이 정보를 오래 찾았다. 되도록 성체 등갑 사이즈와 꾸며줄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하며 소형종을 찾아댔지만 마음이 가는 종은 웃는 상의 얼굴이 매력적인 아프리칸 헬멧티드 터틀(African Helmeted Turtle)로 반수생 중형 거북이었다. 성체가 될 시 등갑 30cm에 쭉 뻗을 목과 팔다리를 생각하면 육지환경을 조성해도 수조는 가로로 최소 4자는 되어야 했다. 채워야 할 물은, 대단한 배변량으로 쉽게 오염될 물을 정화해줄 여과재의 양과 여과기는, 환수는, 스스로 온도 조절을 못하는 그를 위해 물 온도를 높이는 히팅기와 스팟 등, 태양광을 쬘 수 없으니 대체할 UVB등은? 이미 성체 크기와 해당 종을 기르는 사람들의 여과재를 보고 미간은 무거워져있었다.
박람회에서 쳐다보지도 않던 개구리가 눈에 띈 것은 리서치 중 보게 된 일본 유튜버의 동영상이었다. 그 개구리는 주인이 사육장의 문을 열기 전부터 두 발을 창에 댄 채 주인을 기다리고, 오라고 손짓하듯 열심히 발짓했다. 주인이 움직이면 따라 이동하며 문을 열고 싶은듯이 발로 움켜쥐듯 문질렀다. 문이 열리니 자리를 잡고 물그릇이 바뀌는 걸 가만히 구경했다. 해당 종은 흔히 분양되는 편인 화이트 트리 프록(White Tree Frog)으로, 식물을 타고 다니는 계열 중 가장 크기가 컸다. 돌보는 방법인 케어시트와 해당 개구리만이 아닌 다른 개구리 및 두꺼비 영상들을 보며 양서류도 먹이를 가로채감에 있어 일종의 분노나마 서로 표현을 하고, 주인에 먹이를 달라는 어필의, 호소의 손짓들을 하는구나 알아갔다. 더 알기 위해 파충류 매장에서 작은 공간을 차지한 양서류들을 살폈다. 이런 저런 나름의 과정으로 애정을 쏟고 싶고 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에 따라 입양하고 싶은 생물의 순위를 정하기로 하고 3개의 종을 골랐다. 그와중에 이성적 판단을 한다면서도 종에 따른 호감 사이에서 스스로가 내고 있는 욕심이 드러났다. 개구리를 기르려거든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하고 습도를 거진 50% 이상 맞추며 환기도 신경써야 한다. 청력도 예민한 터라 사무실은 좋은 환경이 못 된다. 그래서 사무실이 아닌 집에 들이기로 기준 하나를 변경했다.
3위인 화이트 트리 프록은 가장 키우기 쉽다는 ‘입문’ 종이면서 사육이 까다롭지 않다는 말이 있음에도 많은 베이비(어린 개체)가 분양 되는 데에 반해 국내에 성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과, 잘 기른다면 그가 10년은 머물 수 있는 수명이 긴 개구리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2위인 아마존 밀크 프록(Amazon Milk Frog)은 개구리 생존 온도 중 저온계에 속해서 앞으로도 뜨거워질 여름을 잘 지내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독이 든 체액을 분비한다. 십자 무늬의 눈과 파란 색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겨 2위로 굳건히 다져놨건만 그들의 사육 환경을 보러간 어느 매장에서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지 망이 있는 천장 바로 밑에 손톱만한 어린 개체들이 떼로 모여있는 걸 보았다. 바닥에는 2~3마리가 전부였다. 이름에 ‘아마존’이 이미 있는데, 온도도 환기도 결국 환경을 제대로 해줄 수 없음이 보이는데. 3위도 2위도 성체까지 길러낸 국내 온라인 글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을텐데. 2위가 2위여야 할 명분은 없었다.
1위는 땅 속에 있는 것이 체질인 차코 버로잉 프록(Chaco Burrowing Frog)이다. 한국에서는 맹꽁이와 팩맨(Pac Man Frog)을 닮았다고 해서 팩꽁이라고 부르는 편이다. 본 이름에 걸맞게 흙을 파고 들어가 있다가 비가 내리면 나와서 먹이 활동을 하는 아르헨티나 차코 출신이다. 만일 그를 키우게 된다면, 얼굴을 많이 보지 못한다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두 달만에 이 개구리를 깨운 어느 주인은 보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키우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최대 약 5년 수명, 감내할 수 있다. 그네에게 맞는 온도와 습도도 유지할 자신이 있고 흙도 갈아줄 생각에 들떴지만 이들이 일단 WC(Wild caught)로 많이 들어온다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개구리 자체에 슬픔이 실렸다.
야생에서 포획한 개체를 WC(Wild caught), 인공 사육이 된 개체를 CB(Captive born)라고 한다. CB에서 번식된 개체인 CBB(Captive bred and born)도 대체로 CB로 통칭된다. 차코 버로잉 프록은 대개 야생 개체다. 펫시장에서 해당 종은 베이비부터 높은 값에 팔린다. 전세계적으로 번식이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지만 타이완이나 일본에서 종종 CB개체가 수입된다. 해당 종은 펫시장에서 대상이 될 상품으로, 번식 목적으로 불법 포획되며 서식지는 농작을 위해 또는 목초지로 만들려는 인간들의 벌채로 파괴되고 있다.
굳이 저 먼 곳에서 번식된 존재를 기다리고, 키워야할까. 앞으로도 뜨거워지기만 할 지구에, 물에 생사가 갈리는, 깨끗한 물의 지표가 될 개구리들을. 데려오는 판로를 알면서.
애정을 사람에게 부을 일이 없어서 반려동물을 들이고 싶었던 어린 날들의 결핍이 10여년이 지난 지금 갑자기 새롭게 발현하는 것일까, 똬리를 튼 것 마냥 틈 없는 욕심을 곁들이면서? 흔한 개・고양이에게는 있지도 않은 ‘입문’이라는 말이 있는 이 작은 생명체를 돌보는 세상은 들어가도 되는 것일까, 욕심을 부려도 될까, 기왕에 태어났으니 함께 해도 될까. 함께하고 싶단 욕심이 목구멍에 차도 짓눌린다. 자연 그대로가 아름다운 이유를, 사적인 것을 덮을 큰 이유를 가지고 오면서. 무엇이 선량하며 애정인 것일까. 선량할, 애정을 가질 필요도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는데. 그 결핍은 그저 되돌아보기에 명명하게 된 무엇일 뿐인데.
여전히 무엇을 채우지 못한 또는 않을 스스로만이 옳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