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화)

첫사랑

by 칡칡

새해의 첫날

친구의 집에 모여 술을 마셨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낯가림이 심한 편은 아니라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며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어색함도 잠시,

사람들은 재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추억을 꺼내며 밤을 조금씩 덜어냈다.


그 속에서,

자꾸만 시선이 머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고,

이름조차 바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잠깐 나가 담배를 피우며 몇 마디 주고받은 것이 전부였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그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왜였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취기가 돌 무렵,

우리는 서로의 SNS 계정을 주고받았다

나는 그 사람의 계정을 즐겨찾기 해두었다

그날 밤, 모두가 흩어지고 일부는 친구 집에 남아 잠을 청했다.


나는 다음 날 조용히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고,

이상하리만치 머릿속은 여전히 그 사람으로 가득했다.


처음엔 그 사람에게 메세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

맞춤법을 고치고 다시 썼다가 또 지웠다

결국 보내지 못한 말들이, 문장들 사이에 잔뜩 쌓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내 게시물에 남겨진 댓글들 사이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보았다

내 스토리를 본 사람 목록에 그 사람의 계정이 떠 있었던 날은 하루 종일 괜히 기분이 좋았다.


처음으로,

내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도 답이 없던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 사람이 내가 올린 스토리를 더는 봐주지 않을 때면 괜히 서운하기도 했다.


연인도 아닌데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싶었지만,


아마 그날 나는 그 사람에게 첫눈에 반했던 모양이다.


서로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겼고,

댓글과 메시지를 오가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갔다.


사는 지역을 오가며 만나는 횟수가 늘었고,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연애를 시작했다.


그 사람은

내 과거 앞에서도 조용히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단단히 서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웃음이 많았다.

햇빛 아래에서 웃는 모습을 보일 때면 그 빛이 나까지 비추는 것 같았다.

그 사람과 함께하면서,

나도 점점 웃는 법을 배웠다.


손재주도 좋았다.

직접 만든 오브제들,

감각적인 그림,

섬세하게 찍어낸 풍경 사진들,

어떤 것이든 손끝에서 생명을 얻었다.


이후에는 같이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었다.




봄에는

같이 차를 마시며 영화를 보고,

꽃이 만발한 길을 함께 걸었다

그 사람의 얼굴에 맺히는 기쁨을 눈으로 담았고,

어깨를 나란히 기대 앉아 서로의 심장 소리를 느꼈다

벚꽃이 피고 지는 이 계절의 아름다움을 우리는 함께 보냈다.




여름에는

내가 준비한 아침 식사를 함께하고 바닷가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레스토랑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을 나눴고,

에어컨이 켜진 방 안에서 야식을 먹으며 공포 영화를 봤다

힘든 일이 있었던 날은 카페에 가서 시원한 음료를 주문하고,

얘기를 나누며 기분을 식혔다.




가을에는

주말 오후, 함께 점심을 먹으며 느긋한 대화를 나눴다

서울의 단골 펍에서 노래를 들으며 서로의 일상을 위로했다

낙엽이 지는 풍경만큼이나 차분한 계절,

그 속에서 우리의 시간도 천천히 익어갔다.




겨울에는

식사 후에도 후식을 찾는 그 사람과 함께 디저트를 만들었다

부엌에서 눈을 마주하며 조용히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곤 했다

발밑은 차가웠지만, 함께 보낸 겨울은 분명 따뜻했다.

그렇게 우리는 사계절을 함께 보냈다.


계절마다 서로의 곁에 있었고,

같은 시간 속에서 서로를 담아냈다.


그 사람은 내게 또 하나의 빛이었다.


그 따뜻한 온기 덕분에 나라는 사람도 조금 더 따스해질 수 있었다.


서로의 마음에 작은 화분 하나씩을 만들어 씨앗을 심고,

시간이 흐르며 깊게 뿌리를 내렸고,

그 뿌리가 따뜻한 흙을 덮으며


서로의 마음 위에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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