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여

프롤로그-2

by 칡칡


남들이 흔히 말하는 평범한 가정


그 말은 내게 늘 눈부신 빛처럼 느껴졌다.

주제넘게도, 나는 그 빛에 손끝이라도 닿고 싶었다.


나는 정신력이 강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절대 약하지 않다는 듯,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처럼...


하지만 진짜 나는,

성인이 되어 자취방에서 홀로 술을 마시던 어느 밤,

하얀 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눈물이 쏟아졌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말 없는 정적 속에, 점점 안으로 침몰해 가는 외로움이

나를 완전히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스물 초반의 나는 늘 무언가에 굶주려 있었다.


그 허기는 구체적인 이름도 없었지만,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나 또한 사랑을 원했던 거 같다


안개가 가득한 바다 한가운데의 중심에서 등대가 보이기를 바랐다.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연애를 했다.


하지만 나의 첫 연애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던 거 같다.


내 방식은 연애라기보다는 마약행위에 가까웠다.


외로울 때마다 누군가를 붙잡았고,

잠시 누군가의 품 안에 안겼다가 곧 다른 공허로 밀려났다.


따듯한 척하는 누군가의 인위적인 말 한마디,

손길, 눈을 맞추며 조용히 숨을 쉬는 누군가의 존재들을 억지로 내 마음에 접목시켜 이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보려 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늘 뻔했고, 인위적이었으며,

쉽게 시작되어 쉽게 잘라내었다가 쉽게 이어 붙일 수 있었다.


그 횟수는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내 감정을 감당해 줄 사람은 없다고 믿었고,

멈출 수 없어서가 아니라,

멈추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했었다.


너무 멀리 가버렸었다.

당연하게도, 정신은 점점 부서져 갔다.



누군가 나를 고쳐주기를 바랐고,

고쳐졌다는 착각 속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망가지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났다.


인스턴트처럼 처럼 그 순간에만 짧은 자극이 있었을 뿐,

이는 전부 쉽게 잊혀졌다.

남은 건 조금씩 커져가는 허무뿐이었다.



그 시절의 나는 누구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이별을 통보받은 연인의 무너지는 얼굴에도,

내 방식에 대한 조언에도

죄책감은 없었다.


나는 감정 없는 얼굴로 다음 사람을 만났다.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뜨는 일이 많았었다.

이곳은 내가 살던 집이 아니었다.


밤새 뒤척였을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고개를 돌려 침대 옆을 보았을 때, 늘 그렇듯, 그곳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

아니, 어쩌면 이름조차 묻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그저 허기를 달래듯이 이어온 습관

남자친구로 보이는 이름으로 전화가 걸려와도 무시하는 누군가,

나라는 사람을 진지하게 생각하려는 누군가,

그녀들은 나의 눈을 보며 아무 일도 없단는 듯이 숨을 쉬고 있었다.





얼마나 이런 짓을 반복해 왔던 걸까.

나는 정말 사랑을 원했던 걸까.

숨소리가 가까웠다.


너무 가까워서 아팠다.


고개를 돌리면, 이름도 모르는 얼굴들이 나를 내려다봤다.


아니, 나를 보지도 않았다.

그저 거기 있을 뿐이었다...


변기 앞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또 다시 나를 토해냈다.


어젯밤 술의 흔적이 역겨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장 싫어했던 그 술을 빌미로 이 짓을 반복한 내가 역겨웠다.


정말, 그때의 나는 역겨웠다.





차라리 이것이 범죄였다면,

세상이 나를 재판에 부쳐서 단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형제도가 있다면,

내 마음째로, 나라는 존재 자체를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나는 내 죄가 너무도 무거웠다.


그 밤은 또 그렇게 지나갔다.

어둠 속에서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다시금 깨닫는 고고한 밤이었다.


“이게 내가 자라온 환경 때문일까?”

그래도 탓하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는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명절조차 따뜻하게 만들지 못한 세상도,

가족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로 포장된 현실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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