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가면 정말 달라질까

카페마니아

by 안녕제이

가끔 허황된 생각을 한다.


'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고등학교 때로, 대학교때로, 혹은 군 전역 직후로.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비현실적이고 가능하지 않은 생각들.

어찌 보면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종종 생각해본다.


'내가 고등학교 때로 간다면, 무조건 해외의 학교로 보내달라고 부모님께 졸라야지.'

'내가 대학교때로 간다면, 방학때마다 계속 여행을 다녀야지.'

'군대 전역하고 반년만 학교를 더 다니고 해외 어학연수나, 해외 교환학생 기회를 찾아봐야지.'


생각은 돈이 들지 않고 자유라고 했으니까,

현실화 될 수는 없어도, 생각은 해볼 수 있잖아.


아마 나는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겠지.




와이프한테 이야기 한다.

둘째 딸아이랑 같이 카페에 가서 맛있는 음료를 먹고

같이 책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음악을 듣고 한지 꽤 오래 전이라고...

이번주에는 잘 꼬셔서 데리고 가고 싶다고.


첫째는 원래 같이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왠일인지 저번주에는 같이 카페 갈래? 하는 말에 순수히 승낙을 했다.


한동안 혼자서 가던가, 아주 가끔 와이프랑 가다가,

정말 오랜만에 첫째랑 가니까 좋았다.

술도 안먹고, 따로 큰 물건에 욕심이 없는 내가 쉬는 주말에 나를 위해 가장 많이 쓰는 돈은,

카페에 가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는 비용이다.

카페에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사람 구경, 바깥 구경을 하는 것이, 몇안되는 취미 중 한 개이다.


예전에는 둘째 딸이 잘 따라와서 같이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내가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면, 둘째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지겨워 지면 내 핸드폰의 게임을 조금 시켜주던가 넷플릭스를 틀어주고.

그렇게 3~4시간씩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와이프는 내가 카페 참 좋아한다고 종종 얘기한다.

잔소리 톤은 아니고, 집을 좋아하는 와이프에겐,

주말마다 이것저것 챙겨서 카페를 가려고 하는 내가 신기해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내가 모든 카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 생긴 카페가 있으면 꼭 가보는데, 마음에 들면 자주 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가지는 않는다.

카페 내부의 내가 선호하는 요소가 맞으면,

커피가 맛이 없어도, 다른 음료를 시도해서 맛잇는 걸 찾아서 먹으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는 아주 복잡하지 않다,

그냥 쾌적한 분위기 - 적당한 온도, 냄새가 나쁘지 않아야 한다.

테이블이 흔들리지 않게 고정된것이 좋고 예전 대학교 도서관에 있던 것 같은 그런 큰 테이블이 있으면 더 좋다.

적당한 유동인구. 적당한 조명.


어찌 보면 주관적인 요소 이긴 한데, 이런 것들이 맞춰지면, 내가 선호하는 카페에 등록이 된다.

그리고 그날 그날 생각나는 음료의 종류에 따라 내 리스트 상의 카페 중 한 곳을 찾아 가게 된다.



이탈리아 여사친이 있다.

업무적으로 만났지만, 업무로 엮이지 않게 되어 친구가 됐다.

종종 연락이 오는데 얼마전에 연락이 왔다.

'나 이번에 이직할까해. 그런데 너의 은퇴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냐'


전에 만났을떄 미래의 계획을 얘기하다가,

나는 5년 후에 은퇴하고 싶어, 라고 얘기를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얘기한 듯 하다.

' 열심히 노력 중인데 쉽지 않네, 좀더 노력해야 겠어'


그 친구의 답변이 재밌었다.

' 니가 행복하다면, 지금 회사 계속 다녀도 되자나. 굳이 상황을 바꿀 필요가 있어?'


이 말에 나는 그냥 적당히 답변하고, 다른 얘기를 하다 우리의 대화가 끝났다.

하지만 그 친구의 말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았다.


'내가 행복하다면, 계속 다닌다? 회사를 다니면서 행복하는게 가능한가?'

'회사를 다니면서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어, 그만둬야 행복하지.'

'그만두고 집에만 계속 있으면 과연 행복할까?'


고등학교때는 대학교 걱정... 대학교 가면 행복해 질 줄 알았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군대 가기 전에는 군대 걱정, 전역 후는 취업 걱정,

취업하고 나서는 돈 걱정, 사는 걱정 등

걱정이 끝이 없이 살고 있구나.


나름 행복하게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고등학교때 반친구들과 축구 하던 것.

수업시간에 재밋었던 상황들.

대학교때, 군대에서, 직장에서, 분명히 즐거웠던 순간이 있다.

그리고 혼자 생각한다. 이때 재밌었지, 즐거웠지.


사는게 쉽지 않지만, 그 와중에 나 스스로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야 하고 그걸 느껴야 하는 건가.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단순히 카페에 가서 음료가 맛있으면 기분이 좋았고,

읽던 책이 재밌어서 잘 읽히면 기분이 좋고,

집중해서 공부를 하게 되면, 왠지 그날이 뿌듯하고 그랬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사는게 맞는 것일까..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거로 돌아가서 순간 순간의 선택을 바꾼다고 해도,

바뀐 미래의 상황에 또다시 후회를 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서 즐겁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내가 계속 앞으로 미래를 걱정하고,

어떻게든 상황을 개선해 보려고 하고,

그래서 이것 저것 새로운 걸 시도하고 일을 벌리려고 하고,

가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어머니는 걱정을 하신다.

'엄마가 살아보고 시간 지나보니까 그냥 무난하게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너무 치열하게, 힘들게 살려고 하지마 아들'


어머니가 이런 얘기를 하시면,

그냥 적당히 대답하고, 혼자서는 더 잘 살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계속 나 자신을 다독이는데,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 말이 맞는 것일까. 참 사는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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