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콘텐츠 기획자의 조금 덜 지루한 육아
그렇다.
나의 육아는 출산 전 사무실에서 시작되었고
태교는 ‘일’이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들이 모니터를 비추고
시제품들의 테스트 사운드들이 BGM으로 들린다.
눈이 즐겁고 귀가 재밌다.
베타 테스트도 실시간 배(자궁) 속에서 진행 중이다.
7개월이 넘어가도 잦아들지 않는 입덧만 아니면
태교하기에 훌륭한 업무 환경이다.
내 아이와 같은 해에 태어날 또 다른 아이들
사운드 토이, 미니 전집, 자석 교구, 워크북 세트, 단행본 그림책 등
출산 휴가 전까지
이 프로젝트들의 파이널 데이터 송고를 마치려면
정신을 붙들어 매야 한다.
팀원들의 노고가 매우 크다. 고맙다.
어제 사운드 토이의 3차 샘플이 중국에서 도착했다.
수많은 버튼들을 하나하나 눌러보며
직전 샘플의 피드백들이 잘 반영되었는지
새로운 문제 사항은 없는지 체크한다.
미세한 노이즈까지 잡아 내야 하기 때문에
회의실을 예약하고
‘난 이 제품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다’
최면을 걸며 구매자로 빙의한다.
동요를 중간에 멈추고 싶을 때
여러 버튼을 동시에 눌렀을 때
재생 중에 볼륨 버튼을 조절했을 때 등
사용자에게 벌어질
여러 가지 변수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하며
가장 친절하고 안전하며 심플하면서 체계적인
로직을 제공해야 한다.
버튼의 눌림 정도가 (아이에게) 적절한지
건전지 교체에 불편함은 없는지
사출에 날카로운 부분은?
버튼과 가이드의 인쇄 퀄리티는?
패키지가 토이의 무게와 배송을 이겨 낼까?
체크해야 할 게 한도 끝도 없다.
어디까지 붙들고 있을 것인가
어디까지 허용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인가
이 끝은 오로지 담당 기획자만이 안다.
배 속 꼼꼼이가 꿈틀댄다
‘그래, 너도 이 동요가 가장 좋구나.
엄마도 그래.
상세 페이지에 이 곡을 강조하자.’
제작부에 전화를 건다.
“어제 도착한 샘플 검토했고
피드백 전달 드리면서 양산 일정 논의하고 싶은데
잠시 가도 될까요?”
8년 전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