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오페라 극장전
오늘은 쿄바시(京橋)에 있는 아티존 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리오페라극장전(パリオペラ座、響き合う芸の殿堂)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도쿄역, 쿄바시역, 그리고 니혼바시역에서 도보권인 아티존 미술관은 일본 타이어 회사인 브리지스톤의 창업주 이시바시 쇼지로 할아버지가 설립한 미술관이에요. (브리지스톤이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네임은 창업주의 이름 '石=이시, 돌, 스톤, 橋=하시(바시) 다리, 브릿지 '에서 왔다는 사실! )
경영자이자 아트콜렉터였던 이시바시 쇼지로님은 생전에 본인의 컬렉션으로 구 브리지스톤 미술관과 이시바시 재단을 설립하였고, 2020년 1월에 이시바시 재단에서 새롭게 개관한 매우 따끈따끈한 미술관입니다!
도쿄에는 역사 깊은 미술관도 많은데, 아티존 미술관은 개관한 지 이제 갓 3년째인 만큼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되고 쾌적해요!
오늘 전시는 파리 오페라 극장전.
오페라극장 가르니에는 파리에 갔을 때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던 곳이라 음악을 좋아하는 일인으로서 마음속에 살짝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장소라는 점,
마네와 드가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발레나 오페라와 관련된 그림들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점,
다른 무엇보다 아이들이 없을 때 부지런히 전시장 다녀야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티켓을 끊습니다! 그리고 클래식 애호가인 저는 엄청나게 귀한, 보물 같은 자료들을 마주하고 오게 되지요!
촬영 가능한 몇 작품을 직접 찍은 사진, 그리고 오페라극장전 홈페이지 https://www.artizon.museum/exhibition_sp/opera/ 에서 가져온 작품 사진을 통해 이번 전시 주요 작품들과 내용을 공유해 봅니다!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죠, 오르세미술관에서 날아온 드가의 발레수업!
무희의 화가로도 알려져 있는 '에드가 드가'(1834-1917)는 파리 오페라 극장 가르니에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화가 중 한 명입니다.
파리 오페라극장의 존재 자체가 그의 평생에 걸친 작품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어요. 파리의 중산층으로 태어나 음악과 발레를 사랑했던 드가는 어릴 때부터 오페라극장에 들락거리게 되는데요. 친분에 의해 극장 전역과 무대 뒤까지 자유롭게 입장이 허가된 드가는 무용수들을 테마로 수많은 그림들을 남깁니다.
드가의 그림에는 무대 뒤 무용수들의 애환과 다양한 인간군상이 담겨있는데, 이런 드가가 여성 혐오자에 가까웠다는 건 재미있는 사실이지요!
무대 뒤 무용수들의 순간순간을 재빠르게 포착하는 드가에게 있어서
파스텔은 딱 좋은 드로잉 도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화가이자 판화가이자 조각가이기도 했던 드가의 조각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사교계의 부르주아 남자들과 고급창부들을 그린 마네의 이 그림은
1874년 살롱 낙선작이었다고 하네요.
압권이었던 작품들 중 하나.
현재 자주 공연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낭만주의 발레의 탄생작이자 프랑스 그랑토페라(그랑오페라) 시대의 대작이라고 불리는 악마로베르. (음란죄로 죽은 수녀들이 살아나서 춤추는 3막의 발레 장면이 유명하지요!) 이 작품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이에요.
이 외에도 작곡가 마이어베어에 관한 자료들- 마이어베어의 흉상, 당시 악보의 리토그래피, 무대 연출이나 스케치, 그리고 오페라 속 장면을 포착한 다양한 그림들 도 전시되어 있었어요!
와우! 이런 걸 보면 왠지 마음 설레는? 저는 변태인가 봅니다? ㅋㅋ
탄호이저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도 오페라 가르니에를 사랑했던 일인이었어요.
맞습니다, 바로 이 바그너!
독일 출신이었던 바그너는 프랑스 파리에서 무명이었던 시절부터 마이어베어의 작품들에 마음을 빼앗겨 오페라극장 가르니에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연하리라는 꿈을 가지고 프랑스로 건너옵니다. 첫 번째 파리 방문(1839~1842)에서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낙심하여 독일로 돌아가지만 두 번째 파리 방문(1859~1862) 때의 바그너는 이미 자국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에서 확고한 지위를 굳힌 대 작곡가가 되어있었죠, (그리고 반 유대주의자로 전환한 바그너는 젊은 날의 자신이 그토록 동경해 마지않던 마이어베어를 유대계라는 이유로 싫어하고 비판하기에 이릅니다. )
그 시절의 바그너가 1861년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초연을 올린 작품이 바로 저 위 포스터에 있는 탄호이저.
저 초연 포스터 이외에 탄호이저의 바그너 자필 악보의 일부 (발레 삽입 부분)가 전시되어 있기도 했고요! 당시의 무대 모형이라든가, 당시에 사용한 장식품들, 의상들 까지 전시되어 있어서 제게는 뭔가 너무 황홀한 시간이었어요! (프랑스 국립 도서관 박물관 만세! )
사진은 못 찍었지만 바그너를 숭배했던 르누아르의 그림들- 탄호이저의 장면을 그린 그림과 바그너의 초상화- 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바그너가 나왔으면 양대산맥이신 이분을 빼놓을 수 없겠죠.
오페라의 왕 베르디, 리골레토의 프로그램, 돈 카를로스의 자필악보,
그리고 로시니의 조각 작품, 윌리엄 텔의 자필 악보,
그리고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와 관련된 그림과 모차르트의 1780년 자필악보 (발레 간주곡을 위한 스케치),
이탈리아의 오페라를 지지하고 프랑스 오페라에는 비판적이었던 인물, 장 자크 루소의 신엘로이즈 2부의 자필원고, (1761년 The new Heloise)
와우 정말 역사의 별 같은 인물들의 보물 같은 자료들이 쭈욱 펼쳐집니다!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20세기 초 전 유럽 예술계를 평정했던 그 이름!
디아길레프와 그가 이끌었던 발레뤼스의 자료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숨 막히는 이름들과 찬란한 자료들- 포스터, 회화, 악보, 장식품..
190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디아길레프의 개인 소장품도 있었는데, 빛나던 까르띠에의 회중시계! 그리고 모자와 쌍안경들.. 디아길레프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것들이었답니다!
낭만발레시대의 대 스타였던 마리 탈리오니의 초상, 실제 소품들.
오른쪽 맨 밑에 있는 사람은 샤갈 자신이라고 해요! :)
그 외에도 칼 라거펠트와 마크제이콥스의 디자인 스케치도 있었어요!
헉,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싶을 정도로, 일일이 다 열거할 수도 없을 만큼, 눈부실 정도로 보석 같은 자료들이 잔뜩!
종합예술인 오페라,
항상 시대의 첨단 예술가들과 함께 했던 파리 오페라극장의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면
정말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최첨단의 예술가들이 서로를 왕래하며 인사이트를 나누었는지, 그 진귀한 발자취들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제겐 너무나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전시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