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폰기 크로싱 2022
도쿄는 세계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현대아트가 탄생하는 도시입니다.
3년에 한 번, 록폰기 힐즈의 모리미술관에서 열리는 록폰기크로싱은 롯폰기라는 한 장소를 거점으로 오고 가는 (크로싱하는) 모던아트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예요.. 크리에이티브의 교차점이 되고 재팬 모던아트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것에 의의를 둔 전시인 만큼, 사회풍자적이고 기발한 작품도 많습니다.
2004년이 첫 개최로 올해가 제7회에 해당하는 이번 전시는 2023년 3월 26일까지.
이번 전시에 참여한 1940년~ 1990년대생 22명(단체, 혹은 개인). 이미 이름이 알려진 중견작가부터 신인작가까지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몇 작품들을 간단히 소개해 봅니다.
로맨틱한 우울이라니..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황량한 벌판에 우뚝 선 건축물들은 고갈되어 있는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영혼인지 자연인지 무언 지는 모르겠지만 이 그림들 앞에서 저는 왠지 발을 뗄 수 없어서 한동안 바라보다가 작가 이력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노세 나오야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1988년생의 젊은(?) 작가이군요. 집에 와서 다시 검색을 해 봤는데 무려 올해 오케타 컬렉션에 픽업되어 일본 미술계에 이름이 오르락거린 작가라고 합니다.
전시를 보신 다른 분들께서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한 작품이에요. 저는 이노세 나오야의 작품과 함께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사실은 동영상으로 봐야 하는 설치미술 작품인데요,
불상으로 표현된 문화재, 도자기나 조각상 같은 미술품, 생활 가구, 핸드백, 아마존 상자들이 놓여 있는 이곳은 거대한 물류창고입니다. 물류창고 안을 로봇이 랜덤으로 오고 가며 선반에서 물건을 빼고 전시대에 전시하는 전시작업, 전시대에서 내려서 다시 창고에 넣는 철거 작업을 그저 반복합니다.
아마존 택배 상자와 누군가의 영혼이 깃든 미술작품과 고가의 고급 핸드백이 다를 바 없이 물건으로 취급되는 이 작품 앞에서 소비사회의 아이러니를 느낍니다. 묘한 불쾌감과 놀람을 주는 작품이라 저는 한동안을 바라봤어요.
비버가 갉아먹은 나무들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서 제작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비버의 아트, 인간의 아트, 기계의 아트가 공존하는 작품이에요. 유머러스하면서도 인간중심의 사회와 아트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임팩트가 상당한 이 작품들은 작가 아오키 치에가 자신의 몸을 모델로 제작한 작품이에요.
옻의 아름다운 광택과 다양한 자세를 취한 인체가 묘하게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겨주는 작품이었어요.
마지막 작품이었던 아오키 노에의 대형 설치작품이에요. 철과 유리로 만든 이 작품은 구름을 의미한다고 해요.
<미래스시> 라는 타이틀의 설치미술작품인데요, 음... 유니크하다고 하기에는 저에게는 좀 요란해서 용량초과였던 작품이네요. 로봇이 초밥을 제공해 주는데 뭐 먹고 싶은 초밥은 하나도 없습니다.
메뉴판 웃기니까 읽어드릴게요. 울트라얼티메이트 근육도미, 전기신호스시, 터보제트스시, 스시브레인, 인공다랑어, 프리미엄 잡초스시, 디스토피아 고급스시, 반신반기(반인반기계)의 스시.... 가격은 한 접시 100엔부터 70만 엔까지.
붉은 바탕에 네온관으로 LOVE라는 글씨가 쓰여진 이 다섯 개의 작품은 얼핏 봤을 때는 사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회화작품이었어요. 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20년 이상 노모를 돌보았던 작가가 포르투갈, 덴마크 등 세계 각지에서 할머니들에게 점심을 직접 대접하는 시리즈 기획물로 사진과 비디오아트입니다. 음식과 사람들과 웃음으로 가득 찬 작품들이라 천천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 따뜻해졌어요.
마지막으로 지난 20년간 롯폰기힐즈의 상징과도 같은 거대 거미, 루이스부르주아의 마망도 한번 다시 살펴보고 갑니다.
이곳 롯폰기 힐즈의 마망은 루이스 부르주아의 만년 (1999년) 작품이지요!
롯폰기뿐 아니라 전 세계 7곳에서 상설 전시되어 있습니다!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미술관, 캐나다 국립미술관, 미국 크리스털브리지 박물관, 카타르 국립 컨벤션 센터, 그리고 한국 삼성 리움미술관!
거미의 배 속에는 대리석으로 된 알을 품고 있어요!
거미 작가로 알려진 루이스 부르조아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가정교사와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묵인하고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작가 자신의 어머니의 모습을 거미에 비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바람에 의해, 아이들의 장난에 의해, 무너져도 망가져도 또다시 집을 짓고 고치고 알을 품는 거미처럼요.
역시 현대아트는 재미있습니다! 다음에는 3월에 열리는 도쿄 아트페어에 다녀 올 예정이에요!
또 소식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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