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르 피아노 (Erard Piano)
에라르(Erard) 피아노!
베토벤, 베르디, 라벨, 그리고 쇼팽과 리스트가 사랑했던, 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의 역사와 함께 해 왔지만 이제는 전설 속으로 사라져 버린 피아노.
일본에는 일단 내가 아는 걸로만 4대 정도가 존재하는데 일본 황실 소유가 한대, 산토리홀 소유가 한대(후쿠자와 유키치의 손자가 파리에서 직접 구입한 것으로 전해온다.), 오사카 음대였나 어느 학교 박물관에 한대, 그리고 지금 여기 아티존 미술관에 한대(개인이 브리지스톤에 관리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황실을 포함 알려지지 않은 에라르 피아노는 일본 국내에 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베토벤의 발트슈타인도, 리스트의 라캄파넬라도, 에라르 피아노와 함께 작곡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대 작곡가들이 가까이하고 들었을 그 음색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저 위의 시설들에서는 가끔 에라르 피아노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현재 아티존미술관이 소장하게 된 이 피아노는 1877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에라르 피아노가 그려진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그림 ‘피아노 치는 젊은 남자’와 거의 같은 시기라니 브리지스톤의 센스 넘치는 큐레이팅이 아닐 수 없다!
오래된 것들이 주는 미학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오래된 것들이 주는 다정함과 포근함, 시간을 들여 가꾼 것들의 귀함을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만약 음악사에 관련한 것들이라면 나는 맘 속 깊은 곳에서부터 두근두근하는 변태기질? 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이 피아노는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오래된 만큼 상처도 많다.
애정과 관심 어린 손길을 받지 못하는 순간 오래된 것은 금방 낡아버리기 마련이다. 나무로 만든 악기라면 그 예민함은 여실히 드러난다.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150여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이 피아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장인이 한 땀 한 땀…’을 온몸으로 강렬하게 내뿜는 고고한 자태의 올드 그랜드 피아노가 가진 상처를 보며 어쩐지 나는 100만 번을 살아야 했던 사노요코의 고양이가 떠올랐다.
이 피아노는 몇 번을 죽고 또 몇 번을 새로 태어났을까.
상처의 진정한 주인은 있었을까.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되는 생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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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하마마쓰악기 박물관, 무사시노음대, 쿠니다치 음대에도 에라르가 있다고 어느 감사한 분이 알려주셔서 덧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