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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ul 13. 2022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살해되었다

일본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살아간다는 것은


백주대낮에 총기 피살이라니.

무려 2022년에. 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에서. 그것도 무려 한나라의 수상이었던 사람이.


2층에서 재택근무 중이던 남편에게 점심 먹게 내려와~했던 시간 11시 58분경, 핸드폰에 속보가 날아들었다.

<아베 전 총리,  가두연설 중 총에 맞아 부상>


엥? 총? 웬 총 이래? 부상이라니, 가벼운 부상이겠지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며 탄탄멘 위에 놓인 삶은 달걀을 젓가락으로 가르는데 다시 날아든 속보.

<아베 전 총리, 심폐정지 상태>

남편과 두 눈을 크게 뜨고 마주 본 후 누가 먼 저랄 거 없이 티브이 리모컨을 찾았다. 평소에는 아이들용으로만 활용되는 거실 티브이인데 오랜만에 틀어보는 채널 1번 NHK.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놀랍게도

오 부디 제발, 범인이 한국인 혹은 재일교포가 아니기를.이었다.

오후에만 둘째 수업 참관, 학급 간담회, 저녁에는 PTA 어린이 서포트 위원회까지. 참석해야 할 지역사회 모임이 세 개나 있는데 남편, 혹시라도 한국이 어쩌고 하는 소리 나오면 나 오늘 외출금지다. 남편 네가 대신 가라.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야마가미 테츠야라는 일본식 이름이 거론되었고

곧이어 해상자위대 출신이라는 보도가 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제야 한국과는 연관이 매우 희박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희한한 안도를 했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쓴웃음이 났다.


18년째 일본에서 살고 있지만 운이 좋았던 걸까, 사실 난 단 한 번도 이 나라에서 혐한을 직접 경험한 적은 없다. 초밥집 차별 사건이라든지 우익단체의 혐한 시위라든지 하는 것들이 가끔 티브이에 보도되기도 하지만, 어느 나라에나 일부 미친놈들이 그저 질량 보존의 법칙을 지키고 있을 뿐, 사실 내가 생활 속에서 피부로 만나고 경험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는 일본인들은 대부분 정 많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 수상의 피습을 알게 된 순간 내 마음에 불쑥 드리운 강한 불안감은 무엇이었을까. 유난히 한국이나 중국에 적이 많았던 전 수상이기도 했지만, 그건 아마도 내 안의 숨어있던 어떠한 취약함이었으리라.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회문화적 마이너리티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돈을 잘 벌고, 좋은 학위를 가지고 좋은 백그라운드를 가진 성공한 사람 인가 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결코 눈에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도 않는 그러나 분명히 이 사회 어딘가에 존재하는 어떠한 편견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중에 맘 카페를 둘러보며 알았지만 범인이 밝혀지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한인들이 아주 많았다는 거. 친구와 톡을 주고받으며 야 우리 짐 안 싸도 되는 거니, 다행이다, 했다는 거. 영사관이나 동경 한국학교에서는 한인들에게 각별히 주의하라는 메시지가 돌기도 했다는 거.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상이지만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아키에 여사의 기사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베 #아베신조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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