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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ul 26. 2023

불멸의 고전, 오텔로

2023. 07.23 정명훈지휘/ 도쿄필하모닉

오늘까지도 잔잔한 여운이 남아있는 하루를 보냈다.

연주회 형식의 오페라는 의상이나 무대연출이 최소한인 대신 음악에 훨씬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겠지 생각했던 건 오히려 오산이었다. 무대연출 따위는 애당초 잊을 만큼, 대사 하나하나에 혼을 담은 연기와 노래, 셰익스피어를 백삼십여 년 전 70세의 대작곡가가 어떻게 오케스트라에 담았는지를 샅샅이 파헤쳐 내고 보여주신 마에스트로정과 도쿄필, 무엇 하나 거를 것 없이 최고였다.


오텔로 역을 맡으셨던 테너 그레고리 쿤데님은 실크처럼 부드러운 미성과 폭발적인 고음을 왔다 갔다 하시는데 정말 소름이 쫘악!

다이보르 예니스님이 열연하신 이아고(이 천하의 나쁜 놈의 시키)의 풍성하고 깊은 보이스는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데스데모나는 천사처럼 순수하고 순종적이지만 태생이 귀족인데 순수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는 차고 넘치지만 귀족스러운 우아함이 내겐 2프로 더 필요했다는 게 솔직한 마음. )


열등감과 의심과 고뇌와 질투가 뒤엉키면서 지옥 끝까지 미끄러져 내려가는 인간 군상, 피가 흐르고 숨이 끊어지는 그 급박한 순간, 더할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이 나약한 인간 위로 내려앉는 그 시간들.. 베르디 사운드를 우리의 마에스트로 정은 이렇게 담으셨구나. 몇 번이나 소름이 끼쳤다.


고전은 불멸이었다. 세대와 문화를 뛰어넘고 아우르는 고전의 힘을 새로이 실감하는 건 좋은 음악을 들려주신 정명훈 선생님과 도쿄 필하모니, 그리고 솔리스트들 덕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찬사와 박수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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