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 퍼니클래식
안녕하세요, 엘리입니다!
한국은 설연휴의 한 복판이지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휴에도 쉬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일주일에 한편, 당신의 음악 교양을 책임지는 찐 재미있는 클래식 칼럼;)
초등학생도 알기 쉬운!
교과서에는 안 나오는!
엘리의 퍼니 클래식!
이번 주에는 지금 세간에 가장 핫한 바로 그 드라마를 테마로
클래식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영화나 드라마 작품에서 음악이 주는 효과는 어마어마하지요!
전 세계를 휩쓸었던 K-콘텐츠들 중에는 오징어게임이나 기생충처럼
클래식 음악들이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들이 있어요!
오징어 게임을 예로 들면
살육의 아침이 시작됨을 알리는 모닝콜로서 상쾌하고도 맑은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흐른다거나,
처절하거나 잔인한 장면에 아이러니하게도 차이콥스키의 우아한 현악 왈츠가 흐른다거나.
위의 두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은 정재일 님은 작품 속에 클래식 음악들을
가히 천재적으로 배치하고 있습니다.
이들 작품 속에 세팅된 음악들은 작품 속의 비극적이고 비참한 상황을 보다 더 극적으로 전달하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예술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넷플릭스 화제의 최근작, 더글로리에는 과연 어떤 클래식 음악이 삽입되었을까요.
더글로리의 주인공, 송혜교가 연기하는 ‘문동은’이라는 인물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입니다.
잔인한 학교 폭력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망가져버리고, 웃음도 희망도 잃어버린 채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삶의 목적이자 원동력으로 하여 살아가는 인물이지요.
더글로리 1화에서 주인공 동은은 학창 시절 자신을 가장 잔인하게 괴롭혔던 가해자의 딸과 대면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 순간,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이 귀에 들어옵니다.
바로 이 장면이에요!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고 살아왔던 주인공이
그토록 증오하던 가해자의 딸의 어리고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놀이터에서 처음 대면하게 되는 바로 그 장면.
같은 곡은 3화에서도 또 한 번 등장합니다.
잔인한 학교폭력에 괴로워하던 어린 동은을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2차 폭력을 행사하던 담임선생님. 결국 동은을 자퇴로 이끌었던 이 나아쁜 선생님!
동은은 복수의 서막으로 담임선생님댁을 찾아가는데요,
가해자 중 한 명이었던 선생님과 재회하는 이 장면에서도 같은 곡이 은은하게 흘러나옵니다.
자, 지금 보신 이 두 장면을 같은 곡으로 연출한다면, 어떤 클래식 음악을 고르시겠어요?
(우리 잠시 함께 더글로리의 음악감독, 김준석 님에 빙의하여 생각해 봐요! 레드썬(?)!)
…어려우시다고요?
힌트 드립니다!
여기서는 레퀴엠(진혼곡, 장송곡)이 사용되었는데요!
클래식 음악의 역사 속에는 정말 수많은 작곡가들이 레퀴엠을 남겼답니다!
수많은 레퀴엠 중에서도
우리는 모차르트의 레퀴엠, 포레의 레퀴엠, 베르디의 레퀴엠을 일컬어
흔히 3대 레퀴엠이라고들 해요!
이 3대 레퀴엠 중 어느 한 곡이 정답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곡을 고르시겠어요?
잠시 생각해 보신 후에 스크롤 내려 보세요!
우리 귀에 익숙한 곡이죠?
이 곡은 베르디의 레퀴엠 중 'Dies Irae' (디에스 이레. 진노의 날)이라는 곡입니다.
제목처럼 진노와 분노가 격렬하게 느껴지는 무서운 곡이지요?
레퀴엠이란 본래 미사곡이에요!
가톨릭교회의 장례미사에서 죽은 영혼을 달래고(진혼), 하느님 곁으로 인도하는 것(장송)을 목적으로 씌여진 곡입니다.
그리고 많은 레퀴엠들은 하느님의 최후의 심판을 의미하는 이 '디에스이레(진노의 날, 분노의 날)'를 곡의 구성 속에 포함하고 있어요!
위에서 보셨듯이 베르디의 진노의 날은 분노 그 잡채!
신의 분노와 심판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이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 내 안의 화가 폭발할 것 같은 어떤 날이 있다면, 분노 조절이 안되는 날이 있다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클래식 음악으로도 강력 추천드려요! )
주인공 동은의 뿌리 깊은 분노와 증오를 표현하는데 아니 이보다 더 찰떡같은 음악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요,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 달리 더글로리에 사용된 곡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음악이었답니다.
Pie Jesu. 피에 예수는 자비로운 예수여,라는 뜻이에요!
오르간과 소프라노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단선율,
아이러니하게도 위의 두 장면에서는
마음속 안쪽까지 깨끗하게 씻어내릴 것 같은 순수하고도 신성한 음악이 흐릅니다.
그리고 이 곡은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수많은 레퀴엠들 중에서 진노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곡이기도 해요!
이 곡이 작곡된 19세기 후반의 레퀴엠에는
베르디의 레퀴엠에서처럼 디에스 이레, 하느님의 심판을 표현하는 곡이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관례였었거든요!
전능하신 신의 구원을 바라는 인간의 나약함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종교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이죠!
그러나 가브리엘 포레는 당시의 관례와는 달리,
자신의 레퀴엠에서 진노의 날을 생략한 대신 예수님의 자비를 노래하는 피에 예수를 넣었습니다.
포레의 레퀴엠은 그래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죽음의 공포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시의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이 마치 자장가와 같다는 비아냥을 사기도 하고 이교도적인 곡이라는 비판을 받았지요.
하지만 그에 대한 포레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나는 죽음을 공포스럽거나 괴로운 것으로 느끼지 않는다.
(중략)
죽음은 괴로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영원한 행복과 기쁨, 그리고 해방감이다.
(중략)
나는 죽음에 대하여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포레는 죽음을 당시의 관례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음악사에 남는 걸작을 남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포레의 이 순수하고도 경건한 음악은
더글로리의 1화와 3화뿐만이 아닌 시즌 1의 다른 장면에서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흘러나온답니다.
이 곡이 작품 안에서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는 시즌 2 이후 좀 더 명확해지겠지요?
더 글로리 시즌 2는 3월에 나오지만
엘리의 퍼니클래식은 다음 주에 또 찾아옵니다!
그럼 다음주에 또 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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