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에세이
내 여자친구는 나를 꾸짖는다. 그것도 매일. 뿐만 아니라 장난 삼아 때리기도 하고 이상한 별명으로 놀리기도 한다. 가끔은 내 다이어트를 방해하려고 내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유혹하기도 한다. 버터링이랑 에이스가 대표적이다. 어떨 때는 초콜릿으로 유혹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넘어가지 않는다. 난 초콜릿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 단 과자보다는 짠 과자가 취향이란 말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친구는 매번 다디단 과자를 잔뜩 사와 집 한구석에 쌓아둔다. 너도 말은 그렇게 해도 막상 먹어보면 좋아할 거라면서. 그럴 때마다 나는 집이 또 비좁아진 것에 한숨을 쉬면서, 미니멀리스트다운 결론을 내린다. 어서 빨리 먹어서 치워버려야겠다. 그러고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으면 여자친구는 꼭 이렇게 말한다. 거 봐, 너도 역시 좋아할 줄 알았어. 과자가 싫다고 말해도 소용없다. 여자친구에게는 먹기 싫은 척 내숭 떠는 거로 보일 뿐이다. 덕분에 나는 무럭무럭 살이 쪘고, 어디 가서 말랐다는 얘기는 듣지 않는다.(몇 키로인지는 비밀)
그 애에 관해서 좀 더 말해볼까. 그녀가 아닌 그 애. 여자친구는 ‘그녀’보다는 ‘그 애’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니까. 나보다 연하라서 그런 건 아니다. 여자친구도 애라고 불릴 나이는 지났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성인에게 애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라고 쓰기엔 여자친구는 너무 귀여운걸. 바닐라 맛 투게더를 인당 하나씩 먹자고 하는 모습이나, 재미있는 소설(여자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맛도리)을 찾았다고 방방 뛰는 모습이나, 입에 안 맞는 음식을 먹었을 때 과장되게 ‘우웩’ 하는 모습 모두. 그러니까 여자친구는 그 애다. 이런 표현을 그 애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사귄 지 7년이 넘었는데 여자친구는 달라진 게 없다. 나처럼 체중이 좀 불었고 말싸움 실력이 늘었다는 것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일까. 여전히 엉뚱하고 잘 울며 나를 놀리는 걸 좋아한다. 툭하면 자기가 왜 좋냐고 묻는 점도 그대로다. 글쎄. 난 네가 왜 좋은 걸까. 내겐 어려운 질문이다. 영화나 책이 좋은 이유를 묻는다면 수십 가지도 댈 수 있는데 그 애가 좋은 이유를 말하려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유머 코드가 맞아서? 책을 고르는 취향이 나랑 비슷해서? 아니. 유머 코드도 맞고 책을 고르는 취향도 비슷하지만 그게 그 애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니다. 나는 질문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왜 좋냐니. 좋으니까 좋은 거지. 난 네 장점 때문에 널 좋아하는 게 아니야. 널 좋아하니까 단점도 장점으로 보이는 거지. 그러니까, 왜 좋냐고 물으면 나도 잘 모르겠어. 어느 순간 너를 좋아하게 됐고, 좋아한 뒤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느낌이었어.
한때는 여자친구에 관한 글을 못 쓸 거라 생각했다. 여자친구는 나와 너무 가까워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없다. 나는 여자친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글쓰기의 대상으로 여자친구는 별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좀 주관적으로 바라보면 어때. 사랑이 가득한, 좀 오글거리는 글을 쓰면 좀 어때. 그렇게 쓴 글을 여자친구가 좋아해 주는데. 이 글은 바로 그 점 때문에 탄생했다. 언젠가 그 애가 나를 위해 글을 써주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 애도 느끼길 바라서. 그 애가 이 글에서 하오의 볕 같은 따스함을 느끼길 바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