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의 주요 업무는 광고홍보다. 다른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무조건 다른 간판보다 커야 하고, 진해야 하고, 강렬해야 하고, 현란해야 하고, 특별해야 하고, 반짝여야지만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믿는다. '간판'을 업어주고 있는 건물은 걱정도 안 하면서 혼자 독불장군처럼 우뚝 '서' 있다.
신도시가 입성하고 도시정비가 시작되면서 간판은 광고물 관리와 디자인 심의를 거쳐야 한다. 생각 없이 그냥 막 간판광고물을 설치했다가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도 있다. 지차체 별로 심의 기준이 각각 다르고 옥외광고 심의위원회가 있어 심의를 통과해야만 허가를 받고 설치를 할 수가 있다.
유독 상업적인 상가건물에 광고간판이 많다. 상가 건물주들은 경쟁처럼 입간판도 세우고 심지어는 유리창에도 광고 문구를 게재하고 있다. 옆 건물에도 하니 안 할 수 없고, 손님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면 경쟁하듯 더 크고 눈에 띄게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건물을 설계를 할 때 외관 입면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분양건물이라고 해도 건축디자인을 하는 입장에서 콘크리트 덩어리를 만들고 싶은 이는 없을 것이다. 시행사나 분양대행사는 전용률과 면적 평수에만 관심이 있다. 외벽 디자인이 어떻든 괘념치 않는다. 돈이 되는 면적이 더 잘 나오도록 주문을 한다. 외벽 화강석 대리석에 줄눈까지 신경 쓰면서 입면 디자인을 하지만 결국 준공이 끝나면 간판으로 도배가 된다.
간판은 건축물을 배려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자괴감이 들도록 만든다. 간판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훼손하면 안 된다. 간판이 주인이 될 수는 없다. 겸손의 미덕을 가지고 건축물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상업적 상가건물이여도 간판은 건물의 도시미관을 해쳐서는 안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노후대비용으로 분양받은 상가 임차인이 오지 않고 있다. 상가건물에 투자를 하면서 상업적인 건물에 관심을 많아졌다.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먹고살고자 서로 각자도생 하려고 하고 있다. 생존본능이 경쟁을 부르다 보니 타인을 배려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적자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삶을 살고 있는 개인들의 이기주의도 한몫했다고 본다. 신도시의 풍경을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건축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건축물이 없듯 법과 규정에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굳이 왜 전문가가 꼭 필요했는가 의문이 든다.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주의가 더 팽배해져서 일수도 있다. 세부적으로 기준을 만들고 규제한다고 해서 다 지키고 따르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미세한 틈을 타고 법을 피해 규정을 위반하고 따르지 않는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전문가들이 제 할 일을 다해야 한다.
70년대 상업지구 거리풍경 / 최근 신도시 상가 건물 풍경
건축물은 한정된 장소와 물질적 기능의 충족을 요구하기 때문에 점점 더 높게 더 넓게 만들어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고도의 신기술과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기능들이 생겨나고 기술 또한 최첨단을 걷고 있다. 이렇듯 사람들은 건축물에 더 많은 편의성과 예술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욕망들은 점차 도시인들의 삶의 질을 위협할 수도 있는 환경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방식을 규정하고 틀이나 체계를 의미하는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건축계획에 균형을 잡을 수 있고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후대비용으로 분양받은 상가건물 사진
건축물과 인간은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상호 의존성을 가지고 공생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계획, 설계하는 것이 나의 몫이고 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