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쓰레기 남자들이라니
엄마는, 대사가 가장 많은 '유화이'역을 맡아서 대본리딩을 해 보더니,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고 하셨다. 그렇다면ᆢ엄마 나이에 남은 역할은 '두이엔의 시어머니'나, 재수 없는 '면접관', 아니면 그 쓰레기 같은 '두 불륜남' 밖에 없다.
나는 모자란 스펙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최민서'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실 '열연'이라는 걸 따로 할 것도 없는 게, 대학생인 나에게 곧 닥칠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ᆢ 미안해ᆢ사는 게 녹록치가 않네ᆢ 매일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 먹으면서 알바를 몇 탕씩 뛰어도ᆢ내 통장엔 언제나 '0'원이 찍혀ᆢ"
아, 이 대사를 하면서 누구든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비정상일 것이다.
그렇게 리딩 연습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엄마가 무대 뒤쪽에서 연출님과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 '남자멀티' 제가 할게요! 혹시 가발이나 새마을 모자 같은 소품이 있을까요? 넥타이랑 정장바지는 남편걸로 하면 될 것 같고ᆢ"
오 마이 갓! 진짜?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드라마 '스카이 캐슬'에 등장하는 유명 입시학원 강사의 대사, 그 목소리가 내 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