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지켜본다
닳고 닳아 해질 때까지
지겨워서 쳐다보기도 싫어질 때까지
줄이어폰을 끼고 듣고 듣고 또 듣고
앨범 자켓 표지 책받침 눈코입의 얼굴선을 따라
손가락으로 그리고 또 그려서
입술선까지 흐릿해져 턱선과 구분이 가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될 때까지
몇십년이 걸리든
곰팡이가 푸르게 피어오르는
다락방 구석 갈라진 벽지가 될 때까지
그때가 되면
머리에 하얀 먼지가 앉고
빈약해진 허벅지로 무대에서 쓰러져
돋보기를 쓰고 음이탈을 무릅쓰는
그를 상상할 수 있을까
나는 십오 세
교실 책상에 앉아 책받침을 본다
자습 시간이야
이런거나 보고 말이야
담임이 긴 막대기로 그의 얼굴을 두드린다
얼른 책을 덮는다
마력에서 깨어난 나는
그리고는
들어본다
지칠 때까지
두근거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근거리지 않기 위해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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