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마를 바꾸면
어느 날 갑자기 빗질이 달라져도
전
가르마를 다르게 하고 싶어서
아무리 반대쪽으로 빗질해도
원래 가던 방향으로 넘어가던
윗머리카락들이
반항을 한다
'나 이쪽인데ᆢ?
'뭐야 뭐야 갑자기 왜ᆢ'
'모든 물체는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결국
몇 가닥은 시키는 대로 가고,
고집센 몇 가닥은 절대 안 가고,
가운데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서
둥둥 떠있는 '버려진 가닥들'이 반짝거리는 은색 거울로
나를 간절히 바라보고 있다.
'나 어떡해ᆢ?'
글쎄ᆢ
너는 불확정성의 원리
양자역학의 산 증인이지만
너는
나침판이기도 해
내 머리가 향해야 할 곳을 알려 줘
내 이마를 잡아당겨서
내 허리가 꼿꼿하게 서도록
자세가 구부러지지 않게 만들어 줘
나의 귀여운 더듬이가 되어 줘
어느 날 갑자기 빗질이 달라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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