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하러 가는 길에
웬 할머니가 손짓했다. 오라고
꼬부랑 할머니의 집 현관문은
누가 떼어갔는지 한쪽이 비어있고
할머니보다 더 시꺼먼 강아지는
나를 보곤 꼬리를 흔들었다
집은
외부와 단절을 통해 이루어지나 싶었지만
조금 기울어진 기와집은
집이라 부를 수 없는 것이라
다른 세계를 향해 걸어 가니
길에는 옥수수가 앞질러 맺혀있었고
흩어져있는 흙과 풀의 냄새 그리고
낡은 세제향이 뒤엉킨
여름과 이어진 세상을 향해 걸으니
나 또한 집이 아닌 것이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