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눈이 몹시 내렸고 사라진 시간은 끝내 멈추었다

여로 1

by 내여름

그때 기적과 같이
모든 내리는 것이 의미를 잃었다

그 해 여름
물에 파묻혀 살았고
모든 것이 증발하여 내 몸도
마침내 휘발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해 겨울
파도치는 눈의 너울에서 존재가 희미해질 때
비로소 당신만의 나로 존재한 시간이 떠오르고
모든 당신을 눈 속에 쌓으며 걸었다

살려고 바다로 향하고
잊기 위해 파도에서 몸부림치고
다시 떠오르기 위해 눈 속을 걷고


한 없이 떨고
달리고 부딪히고
울다가 지쳐 잠에 들고
당신으로부터 흩뿌려진 눈보라를 걷다가

그때 기적과 같이
푸르게 바래진 태양이 따뜻하다 느꼈고
모든 것은 의미를 잃었다


나는 이제 당신을 떠올려도

슬프지 않다

늘 당신만의 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