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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시즌 2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1)

by 오수영

작년에 우연히 책을 내게 된 후, 그 책의 주인공들 중에 두 명의 산모가 다시 둘째를 가져서 찾아온 일은 나에겐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첫 번째 주인공인 김** 산모는 [일곱 번의 여정을 거쳐]에 나오는, 7번의 유산 끝에 엄마가 된 분이었다. 사실 그녀에게는 둘째 출산 후 계획하지 못한 아기가 생긴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임신은 안타깝게 또 유산이 되고 말았고 나는 또 소파수술을 해야 했다. 수술 후 그녀는 둘째를 갖고 싶긴 한데 유산이 또 걱정이 된다고 하였고 나는 이번 임신은 계획 임신이 아니었기에 면역글로불린을 쓸 시기를 놓쳤지만 다음엔 계획 임신으로 가면서 이 치료를 병행한다면 한 번 해 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산모의 나이가 40세이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나는 ‘물론 힘든 과정이 있을 수도 있지만’, ‘둘째를 원하는 마음이 크다면’ 다시 배란기부터 시작하는 면역글로불린의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하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맞는지 그녀는 두 번째 배란 사이클에 임신이 되었다. 임신 초기에 초음파를 볼 때면 이제 산모는 담담했고 오히려 내가 더 조바심을 냈다. 워낙 자궁경부가 약한 편이었기에 임신 13주에 나는 계획된 자궁경부봉합수술을 시행하였다. 이제 그녀는 36주가 되었고 다음 주에 제왕절개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그녀가 둘째를 가졌다는 사실은 우리 전공의들에게는 마치 9시 뉴스처럼 전달되었으며 우리 병원의 수 많은 추민하들이 그녀를 마음속으로 축복하였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책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헛된 희망도 쓸떼없는 걱정도] 라는 제목의 주인공이었던 권** 산모가 둘째를 가져서 방문하였다. 여전히 착한 눈과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그녀는 이제 4살이 된 첫째 아기의 재활 치료의 근황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첫째를 생각하면 동생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들었기에 냉동배아를 이용하여 다시 시험관 임신을 했다는 그녀. 첫째 분만 시 자정 시간에 병원에 와준 것을 다시금 감사해하는 그녀에게 과연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을 무엇일까? 우리는 모두 둘째의 뇌 초음파를 두려운 마음으로 보았으며 이번에는 특별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음에 안심하였다. 그녀도 이제 37주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산모는 최근에는 외래 예약이 늘 같은 날짜로 잡히고 있다.

37주 정기 진료 시 그녀는 첫째를 꼭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첫째 아기와 또한 친정 엄마와 같이 외래에 왔다. 아기는 적어도 행동적인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친정 엄마는 이제 언어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딸을 닮아 좋은 인상을 가진 친정 엄마는 교수님께 꼬옥 부탁이 있다면서 이번 분만 때 딸이 힘들지 않게 해달라고 아기보다 산모 위주로 결정을 내려달라며 자기 딸은 큰 애에 너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있다며 딸을 걱정하였다.

나는 “그건 어머님을 닮으셔서 그런 것 같아요, 어머님도 지금 딸을 위해 그러시잖아요”’라고 이야기 하였다. 친정 엄마는 그래도 아기를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나는 슬쩍 “그래도 아기 중심으로 가족이 더 모이게 되는 효과도 있을 거예요” 라는 말을 건넸다. 친정 엄마는 정말 그렇다면서 이 큰 아기의 행동 하나 하나가 우리에게 행복이고 감사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모전여전인가? 친정 엄마를 보니 이제야 이 산모가 모두 이해가 되었다. 아, 이렇게 훌륭한 엄마가 있었구나. 마치 ‘헛된 희망도 쓸데 없는 걱정도’ 라는 멘트의 뿌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첫째 아기는 비록 발달 지연은 있었지만 해맑은 미소와 착한 눈을 가진 얌전한 순수 4살, 남자아이 일 뿐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이 아기와 같이 사진을 찍어주길 부탁했고 모전여전 친정 엄마와 우리는 다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녀는 내 책에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있더라구요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헛된 희망도 쓸떼 없는 걱정도]의 주인공은 지난 주 금요일 자발 진통으로 입원을 했고 저녁에 건강한 둘째 아들을 낳았다. 나로서는 늦은 시간도 아니었건만 산모는 아기가 나오자 마자 “교수님, 저 때문에 또 퇴근 늦게 해서 죄송해요.” 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딱 일 주일 후 [일곱 번의 여정을 거쳐]의 주인공은 오전에 제왕절개수술로 예쁜 딸을 낳았다. 수술장에서 그녀는 아기가 나오기 전부터 울고 있었다. 결국 나는 이 산모에게 7번의 수술을 한 셈이다. 세 번의 소파수술, 두 번의 자궁경부봉합수술 그리고 두 번의 제왕절개수술. 수술 당일 오후 회진에서 그녀는 감사의 말과 함께 “잘 키우겠습니다” 라는 말을 더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아마 그 동안 나의 걱정까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지난 일 주일 동안 시즌 1의 주인공들은 둘째의 엄마가 되었고 나는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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