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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고령 임신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by 오수영

얼마전 58세 최고령 산모의 출산 이야기가 한 프로에 방송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나이가 많은 연예인들이 건강하게 아기를 낳았다는 기사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최근에 내가 진료한 산모도 50세에 시험관 임신으로 쌍둥이를 가진 고위험 중 고위험 임산부였다. 결혼 후 약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임신을 계획했다고 하니 45세에 아기를 가지려고 했던 그 용기가 대단하다고 느껴졌지만, 한편으로 나는 담당 의사로서 진료 기간 동안 고령 산모에서 증가하는 합병증이 이 산모에게 발생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의 걱정은 이 산모가 조산할까봐, 당뇨 또는 임신중독증이 올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고령 및 쌍둥이 산모에서 2배 이상 증가되는 산후 출혈이 우려되었던 것도 더더욱 아니었다. 이러한 질환들이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처럼 임신과 출산의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면, 대표적 산과적 색전증인 폐색전증과 양수색전증은 오르막 뒤에 숨어서 100km로 역주행 해오는 자동차 같다. 즉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현대 의학으로 없기에 나는 이 두 가지 질환을 가장 우려했다.


폐색전증은 주로 하지 혈관내에 응고된 피덩어리 (혈전)가 갑자기 폐동맥을 막는 질환이고 1,000명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수색전증은 분만 전후 산모 혈액으로 들어간 양수 및 태아 물질에 대한 아나필락시스 (전신 면역 항진으로 인한 쇼크 반응으로 벌에 쏘여 사망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아나필락시스다) 로 약 10,000명 당 1명으로 발생한다.


문제는 이 대표적인 산과적 색전증이 산모의 연령 증가에 따라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수술장에서 나는 이 산모의 아기들을 꺼낸 후 자궁에서 양수와 피가 흘러나올 때 고개를 들어 환자의 활력 징후가 보이는 모니터를 불안한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다행히 arrest (갑작스런 심폐허탈을 의료의 현장에서 흔히 arrest가 났다고 표현한다) 즉, 양수색전증은 생기지 않았다.


수술 후 퇴원 전까지는 두 번째 자동차 사고인 폐색전증이 생길까 걱정하며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회진을 돌았다. 병동에서 이 산모 관련 노티만 와도 가슴이 철렁했다. 아마 산모의 폐색전증 악화 전에 내 심장에 심근 경색이 먼저 올 것 같긴 했지만. (사실 나는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약을 먹기 시작한지 몇 년이 되었고 관상 동맥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


우리나라 산모의 출산 연령은 OECD국가 중 최고이다. 고령 산모의 증가에 따라 이러한 산과적 색전증의 위험성은 점점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히말라야 정상을 누가 올랐다고 해서 모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주변의 고령 산모가 안전하게 분만했다고 해서 모두 쉽게 생각할 일도 아니다.


그럼 위와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처방은 다음의 네 가지다.


1.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비만은 폐색전증의 중요한 위험 요인이다.)

2. 임신 기간 중 '눕눕'하지 않는다.

(안 움직이면 혈액순환이 안 되는 건 당연하다.누워있는다고 조산을 막지 못한다는 건 명백한 의학적 사실이다.)

3. 다태 임신을 가능한 피한다.

(다태 임신은 두 가지 색전증 모두의 위험 인자이다.)

4. 가급적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임신한다.

(임신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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