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이었던가, 늦은 시간까지 기획안을 작성하다가 옆사무실 사람들과 야식으로 피자를 시켜먹은 적이 있었다.
애연가인 나는 평소 건물 1층 흡연장소에서 옆사무실 사람들과 자주 마주치면서 어느정도 친분이 쌓였었는데, 마침 그분들도 야근중이었던 터라 '피자 한판 같이 드실래요?' 라는 물음에 쾌재를 부르듯이 응해주었다.
이윽고 주문한 피자가 왔고 우리측 회의실에서 피자 한조각씩 물고 우물우물하던 때에 얼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어서 옆사무실 직원분께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렇다. 열폭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무실은 누가 봐도 아재스러움이 넘쳐나는 푸근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안그래도 여스텝 하나가 얼마전에 '사무실 인테리어를 보고 여기에 입사하고 싶지 않았다' 라는 비수를 내 가슴에 박아넣길래 안그래도 오며가며 예뻐만 보였던 이 인테리어 회사의 사무실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회사 인테리어에 대해서는 잡플래*에도 혹평이 가득했다. ) 여하튼, 대략적인 견적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해당 직원분은 눈섭을 치켜세우면서 '왜? 우리한테 맡길라고?' 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인상적이었다.
(놀라운 통찰이다. 왜냐고? 사실 우리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
아래의 사진을 보자. SNS나 유튜브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장품 리뷰영상이다. 요샌 이보다 더 낮은 퀄리티로 편당 단가를 내려 대량으로 살포하는 업체도 많이 늘었지만 현재도 여전히 유효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성 리뷰 영상이다. 아래와 같은 스타일의 영상을 한편 제작하는데 얼마나 들까?
사진속 영상을 제작함에 있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가만히 살펴보자. 색지가 있는 벽, 출연자, 그리고 카메라.
아, 홍보하는 대상물인 화장품이 있어야 하겠다. 그 외에 준비할 것은 없을까?
여기서 영상을 의뢰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제작자 간의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의뢰하는 측에서 보기에는 색지랑 출연자와 카메라만 있으면 해당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을것으로 예단해버리게 된다. 그럼 제작하는 측에서 볼땐 어떨까?
먼저 색지가 있는 벽이 필요한 것은 맞다. 하지만 색지 앞에서 핸드폰 카메라를 대보는 순간 위와 같은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왜그럴까?
1차적으로 의뢰인들이 흔히 놓치는 요소는 '조명'의 존재이다. 해당 영상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촬영된 사진을 살펴보자
여기에 총 6개의 조명이 들어갔다. 왜 이렇게 많이 쓰냐고? 뷰티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얼굴에 음영 하나 없이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양쪽으로 강하게 빛을 줘서 그림자를 빛으로 '덮는' 느낌으로 조명을 사용하게 된다. 만약 출연자의 얼굴색 톤이 어두운 편이라면? 더 많은 조명을 끌어와야 한다. 물론 일단 찍고 후보정을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후보정은 아무래도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작비라는 것이 무시하기는 힘든 요즘이기 때문에 일단 대충 찍고 후보정을 무기로 단가를 후려치는 업자도 있다. 일장일단이 있으니 이 부분은 나중에 얘기하고 하고, 암튼 SNS용 영상의 조명은 통상적으로 요정도 레벨에서 끝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복잡한 촬영으로 간다면?
조명 외에 어디선가 본 듯한 '반사판' 이라는 물건이 추가되기 시작한다. 단순히 화장품을 들고 있는 장면 하나를 위해 10명이 넘는 스텝진이 붙기 시작하는 건 덤이다. 대기업 제품이 촬영된다면 이보다 몇배의 장비와 인원이 붙기 시작한다.
영상제작의 견적은 이러한 눈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인해 비슷해 보이는 영상이라도 업자간 견적이 널뛰기를 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이러한 어려운 영역이 특별히 소모성 재료(인테리어라면 시멘트, 접착제 등)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오롯이 인건비의 영역이라는 데에서 견해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같은 조명을 쓰더라도 경험이 많은 연출자가 고심을 해서 조명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구도로 찍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산출하겠는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영상이 어느정도의 비용이 들까?" 하는 고민은 의뢰하는 측에서 하는 고민이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업자도 비슷한 고민에 빠진다.
아닐것 같다고?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종종 동종업계의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온다면 십중팔구 "이러이러한 영상을 의뢰받았는데 견적을 어떻게 뽑지?" 라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견적을 내는 쪽도 곤혹스럽다. 대표와 직원 한명, 딱 두명이 근무하는 이제 갓 브랜드를 런칭한 회사가 누가봐도 수억원 대의 비용을 들인 대기업의 영상을 레퍼런스라고 들고와서 "이거 만드는데 얼마들어요?" 라고 물어보면 참 난처할 따름이다.
머리싸움에서 항상 이겨본 적이 없는 나는 통상적으로 솔직하게 답변하고 안내하는 편이다. "억대로 들었겠네요" 라고.
우리가 보통 영상을 제작하고자 할때 견적을 내는 부분에 있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래서 우리가 가진 예산은 얼마인가?" 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여러 업체에 문의해보며 견적을 받은 후 최저가 견적으로 가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왜냐면,
예를 들어서, 가장 위에 선술한 노란 배경의 영상을 제작한다고 가정하고 여러 업체에 견적을 문의해본다 치자.
앞서 짚었듯이 대충 찍고 후보정에 주력하는 업체는 싸게는 60만원 이하로도 제작하는 업체가 있을 것이다. 그런 업체들이 있다. 반반한 출연자 여성 한명을 데리고 홀로 오피스텔에서 뒤에 색지 쳐가며 아이폰으로 촬영한 후에 후보정으로 떡칠하는 업체(개인)들. 물론 여기에 대해서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저마다 비즈니스 모델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염가로 제작하는게 간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싼 업체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을 부를 수도 있다. 앞서 상기한 스타일로 영상을 제작하는 것은 영상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고 최소 어느정도 이상의 규모와 절차를 갖추고 영업하는 업체들. 뭔가 장인정신을 확실히 묻어나겠지만 비싼편인 것은 맞다. 아니면 적당히 300만원 전후에서 위의 사진처럼 조명 6개 정도 치고 영업하는 업체들. 사실 이러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견적을 잘 낼 수 있을까?
업자로서 추천하는 방법은 각 업체들의 포트폴리오를 잘 확인한 뒤, 레퍼런스를 가지고 냅다 비용이 얼마인지 묻는 것이 아닌 "내가 XXXX원에서 ~ xxxxx원 정도의 예산이 있는데 이런 느낌으로 해당예산에 제작이 가능한지?" 를 묻는편이 속시원 할 수 있다. 제시한 최저 금액에서 거부하는 업체라면 애초에 상호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해당 구간 내에서 작업할 수 있는 업체라면 YES를 외칠 것이다. 이중 내가 설정한 범위 내에서 최저가를 부르는 업체, 혹은 게중에서 내가 포트폴리오가 가장 맘에 드는 업체에게 의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쿠X에서 최저가는 유효하지만 인건비가 전부인 영상에서 최저가의 기준은 오롯이 의뢰인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싸면 쌀수록 비지떡이고 비싸면 비쌀수록 퀄리티가 오르는게 이 업계의 현실이다.
위의 노란배경 영상을 가지고 연습삼아 견적을 한번 내보는 것도 추천한다. 천차만별의 가격이란게 무엇인지 확실히 습득할 수 있다.
그래서 난 얼마에 만들었냐고?
사실 친분있는 관계자가 그냥 만들어 달래서 만들어줬다.
(관계자가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술한잔 산건 비밀이다)
여러분의 판단에 맡긴다.
<이 글은 과거 본인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현 시점에 맞게 수정하여 업로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