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출연자에 대한 고찰

by 장미구락부

결혼은 했지만서도 아직은 2세가 없어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겠지만, 본인의 아이를 통해 별도의 수입을 얻는다는게 어떤 기분일지 가끔 궁금할때가 있다. 요즘은 유튜브의 정책이 바뀌어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졌지만, 과거 6살 짜리 공주님이 짜장라면 한젓가락에 람보르기니 따위는 문방구에서 미니카 사듯 질러댈 수입을 내는 것을 보면서 과연 저 공주님은 본인이 얼마만큼 수익을 내고 있는지 스스로가 인지는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일단은 부모 호주머니로 들어가겠지. 하긴 6살짜리 공주님한테 몇억원씩 되는 돈을 용돈주듯 할 수는 없을테니.

KakaoTalk_20210310_161728566.jpg?type=w773 뭐.. 현타까진 아닌데.. 사실 쵸큼 부럽긴 함. 출처: 구글에서 퍼옴


촬영판에서 아역이 등장하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의외로, '아이에게 너무 혹독한 노동을 강요하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의 정서에 좋지 않다' 라는 등의 이유로 촬영장에 아이가 등판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제작자들이 은근히 존재한다. 주위에 아역을 절대로 쓰지 않는 PD가 있을 정도. 사실 나도 아역을 쓰는것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물론 앞서 서술한 거창하고 대승적인 이유는 아니고, 그냥 말이 잘 안통해서(?) 정도가 그 이유. 하지만 광고에서 필요한 그림이라는게 있고, 그 그림의 일부로서 본인이 재능을 갖추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SE-96c691d0-c6d8-44fe-9a4a-22c9b33f8d85.jpg?type=w773 성인도 하기 힘든 표정을 잘 지어줬던 친구. 진짜 이 친구는 대성할 것 같다. 2020년 11월 아동용 앱 촬영현장

아무튼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수많은 아역 공주님, 왕자님들을 보아왔다. 게중에는 정말 대성할 것 같은 친구들도 있었고, 외모는 참 깜찍했지만 그다지 재능은 없어 보이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동안 함께해온 아역으로 온 친구들의 재능을 떠나서, 나는 아역보다는 그 부모에 관심을 두고 보게되는 경우가 많다.


촬영판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어느 메이져 홈쇼핑 촬영장에서 목격했던 일이다.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하지만 "온 가족이 다함께 즐기는 000" 비슷한 컨셉의 육가공 식품 방송이었고, 으레 홈쇼핑 방송에서 보듯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조리된 제품을 최대한 '즐거운' 표정으로 먹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가족' 컨셉이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그마한 아역 공주님도 자리에 와 있었는데, . 난 아직도 30대 골드미스에서나 볼 수 있는 센치함과 도도함을 7살짜리 공주님에게서 볼 줄은 몰랐다. 외모도 정말 뛰어났고, 연기도 정말 잘했다. 같은 식탁에 앉아있는 부모역의 배우분들보다 더 잘했을 정도였으니까.


unnamed.jpg?type=w773 대략 이런 느낌의 촬영이었다. 출처: 구글에서 퍼옴


문제는 촬영 중간 잠시나마 주어진 휴식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애연가인 나는 그 짧은 시간 내 담배를 피우기 위해 흡연실까지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을 때였다.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법한 복도 모퉁이에서 난 안타까운 현장을 목격했다. 아까의 도도함과 센치함의 7살 공주님은 어디가고, 더이상 촬영하고 싶지 않다고 울먹이는 7살의 작은 여자아이와 이를 매서운 표정으로 노려보면서 끝까지 촬영해야 한다고 다그치기만 하는 보호자의 모습이었다.

느끼한 육가공 식품을 촬영하는 동안 연신 먹어야 했던 아이는 속이 너무나 좋지 않았던 모양인지 "토할 것 같아 못먹겠다" 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고, 어머니로 추정되는 보호자는 "그것도 못 버티냐, 토하면 여기에 널 그냥 두고 집에 가겠다" 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멍하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홈쇼핑 촬영이 아이가 배우로 대성하기 위한 일종의 '수련' 으로서 아이를 엄하게 가르치시려 한건지, 여기까지 와서 촬영하는데 파토내면 안되니까 아이에게 매섭게 대한건지는 감히 판단을 하고 싶지가 않다. 개인마다 각자의 경우가 있을 테니까. 그런지만 부모입장이 되어보지 못하여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라면 아이를 촬영장에 더이상 세우지 않았을 것 같다.


그 일이 있은 후에 나는 의식적으로 촬영장에서 아역보다 그 보호자를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보호자분들 중에서는 정말 자신의 아이를 자랑스러워 하고 뿌듯해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먼저 챙기는 보호자도 있었고, 촬영때 아이에 대한 케어따윈 저 멀리 날려보내놓고, 촬영을 마치자마자 입금은 언제 하시냐고 여쭤보시는 독특한 보호자 분도 계셨다.


KakaoTalk_20210311_150309271.jpg?type=w773 이 공주님은 아버님이 참 헌신적이었다. 아빠들은 다 딸바보가 된다는게 맞겠구나 라는 생각이 이때 처음 들었다. 2021년 1월 앱광고 촬영


아역은 기본적으로 나이가 어린 공주님, 왕자님이다. 어른들이 한무더기로 서있는 촬영장에서 그들을 지키고 보호하고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그 보호자 외에는 없다. 물론 스텝들이 어느정도 챙겨주긴 하겠지만, 그래도 보호자 만 할까?

보호자의 자세에 따라 촬영 결과물의 퀄리티도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아이가 안정감을 느껴야 본인의 배역에 더욱 집중하고, 더 생생한 감정을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보다 더 중요한건 아역 출연자의 출연 의지이다. 간혹, 본인의 아이가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혹은 외모가 객관적으로 뛰어나서 노골적으로 아이를 통해 한탕 하시려는 듯한 보호자가 요새들어 간혹 보이는 것 같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회사와 에이전시 간에 계약되어 오게된 아역이니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노릇인데다 내가 감히 판단할 영역이 아닌것 같지만, 그래도 분명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때가 많다.

%EC%A0%9C%EB%AA%A9_%EC%97%86%EC%9D%8C.png?type=w773 아역은 아마 속으로는 고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2020년 1월 어학원 작업

아무튼 짧게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가 화면속에서 보는 예쁜 아이들의 모습 이면에는 우리 어른들의 욕심과 아이의 노고가 복합적으로 들어간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화면속에서는 생글생글 웃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장면을 찍을때도 그 아이가 속으로도 웃고있었는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가끔 TV 채널을 돌리다가 아는 아역배우가 나오면 반가운 경우보다 씁쓸한 경우가 많다.


'저 친구 촬영하는거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 글은 과거 본인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현 시점에 맞게 수정하여 업로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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