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수필) 응원해요!

누워있는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낙지탕

by 유정 이숙한

밖에서 일에 치어 지쳐 있어 보일 때 누워있는 소도 벌떡 일어나게 해 준다는 낙지요리를 한다. 낙지를 데쳐 양배추를 많이 넣고 양파와 당근은 조금 넣고 대파를 길게 썰어 넣어 맵지 않게 낙지볶음을 해드렸는데 이번에는 날씨도 흐리고 비도 내리니 국물이 있는 맑은 낙지탕으로 정했다. 3주마다 산 낙지 요리를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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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완성된 맑은 낙지탕 모습이다. 미리 만들어놓은 육수에 콩나물과 대파, 다진 마늘, 후추를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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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넓은 바다 검은색 갯벌! 깊은 곳에 집을 짓고 사는 낙지. 밤이 되면 천적이 없어 자유시간을 가진다.

그런데 어느 날 무서운 천적이 야심한 밤에 나타났다. 작은 꽃게가 낙지의 집을 들여다보자 화가 난 낙지.

"내가 조용히 갯벌 집 안에서 조용히 쉬고 있는데 짱돌만 한 꽃게 녀석이 우리 집을 빼꼼히 들여다보며 내게 약 올린다. 화가 나서 그놈의 꽃게를 혼내주려고 쫓아갔다. 그런데 몰랐다. 그것이 함정일 줄이야! 무서운 천적들이 낚싯대에 꽃게를 매달아 날 유인할 줄이야, 그렇게 난 졸지에 깜깜한 밤에 어디론가 잡혀왔다. 내가 힘이 센 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생선 가게 어항 속에서 헤엄치며 놀고 있는데, 나에게 반한 키 작은 할머니는 검은 봉지에 날 아무렇게나 담아 추운 냉장고에 가두었다.
다음 날 늘씬한 내 다리에 붙은 멋진 빨판! 그 안에 낀 때를 닦아내겠다고 소금과 밀가루로 내 몸을 마구 주물렀다. 그것도 모자라서 내 잘 생긴 머리를 가르고 내장과 무기인 먹물을 뽑아냈다.
난 살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난 포로가 되었으니 버틸 힘이 없다. 힘이 장사라고 뽐내는 내 멋진 다리를 뜨거운 육수 속에 담갔다 뺐다 반복했다. 그리고 내 기억은 희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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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사다 냉장고에 보관한 산 낙지. 어찌나 힘이 센지, 빨판을 딛고 도망치려고 한다. 낙지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밀가루와 굵은소금을 넣어 빨판에 붙어있는 이물을 깨끗이 제거해 주었다. 머리는 가위로 갈라 먹물과 내장을 꺼내주고 먹물은 육수를 따로 떠내 데쳐 먹는다. 입안에 터지는 먹물! 그 맛에 낙지를 먹는다.

끓고 있는 육수 낙지의 머리를 잡고 다리를 넣었다 뺐다를 세 번 정도 해주니 오글거리던 다리가 늘어졌다. 머리 채 육수에 집어넣고 1분 동안 데쳤다. 산 낙지 두 마리를 같은 방법으로 했다. 데친 낙지를 꺼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냉장고에 보관했다. 맑은탕이 완성되면 먹기 전에 육수에 낙지를 넣어 먹어야 식감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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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에 무 1/5개를 얄팍하고 길게 썰은 것과 양파 1/3개, 대파 2대 줄기 부분을 썰어 넣고 두부도 썰어 넣고 한 소큼 끓였다. 십여 분이 지나니 무가 익었다. 무와 대파, 양파의 시원한 맛이 육수에 우러났다. 여기에 시원한 식감을 살려줄 콩나물 한 줌 넣고 대파 잎과 다진 마늘 1스푼, 생강가루 약간, 후추를 넣고 뚜껑 덮고 2분 끓였다. 콩나물의 아삭함이 살아있다. 낙지탕을 드실 주인공과 함께 식탁에 나란히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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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에 올리기 전 냉장고에 보관한 데친 낙지를 국물에 넣어 넓은 대접에 담아낸다. 시원한 낙지탕을 드셨으니 기운 내시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줘야 한다. 살다 보면 예기지 않은 일이 많이 생긴다. 일을 해주고 인건비를 받지 못해 일상이 엉킬 수 있다.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기운이 빠지고 화가 나고 속상하다. 그 또한 지나가리니, 옆에서 시원하게 도움을 드릴 수 없지만 낙지탕으로 응원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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