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회 ) 당당하게 계산했다
그는 5톤 화물차로 하청 공장에서 본 공장으로 완성된
부품을 발주를 낸 본청에 실어다 주는 일을 했다.
밤 근무조 기사들은 밤잠을 자지 못하면
서 완성된 제품이 나올 때까지 대기실에서 대기했다.
쏟아지는 졸음을 쫓아내는데 특효인 약이 있다.
지루한 기다림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일은 바로 고스톱이다.
먹기내 기를 하거나 1점에 백 원이나 천 원으로 정하고
방바닥을 두들긴다. 그렇게 잠 못 자며 번 돈을 푸짐하게
풀어주는 바보가 찬수였다.
오리여사가 자기 가게 앞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휘파람을 불며 무심하게 옆으로 지나가는 찬수를 보았다.
오리여사 순심은 ‘아무래도 업소조합장님 심경에 변화가
온 것이구나! 나이 사십이라지만 결혼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고 결혼이란 족쇄에 묶이기 싫다’고 하더니 박 양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붙잡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그동안 친구처럼 연인처럼 잘 지냈는데 먼 타인처럼
느껴졌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 순심이다.
박 양이 두더지 왕국을 탈출해 밖으로 나오더니 찬수와
함께 새로 생긴 경양식집으로 들어간다.
오리여사 순심은 배신감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박 양은 멋진 옷을 입고 있다.
순심은 멋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박양과 찬수의 뒤를
따라 경양식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색한 웃음을 팔고 있는 박 양의 뺨을 세게 갈겼다.
놀란 박 양은 그 자리에 푯말처럼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
나더니 순심의 뺨을 앙칼지게 세게 갈겼다.
그 광경에 더 놀란 찬수가 박 양을 순심에게서 떼어놓고
적반 하장으로 순심에게 말했다.
- 뭐야, 너, 네가 내 마누라라도 되냐? 왜 이래?
순심은 씩씩대며 먹이를 빼앗긴 맹수처럼 기가 죽어서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세월이 흘러 티켓비가 올라 한 시간 2만 원(2008년)이다.
3시간이면 6만 원인데 고스톱 판에서 딴 날은 6만 원이
아닌 십만 원을 줄 정도로 티켓비 인심이 후한 그다.
그녀들은 다른 사내들에게도 전화를 걸어서 하는 말
“오빠, 나 회 먹고 싶다. 요즘 왜 다방에 안 들려?
나 오빠 보고 싶어 눈이 짓물렀단 말이야!”
라고 말하면 찬수가 아닌 다른 사내들도 다방에 들러 커피도
팔아주고 자장면도 사 주고 회도 사줬다.
그렇다고 찬수처럼 후한 티켓비를 주는 사내는 없었다.
업소조합장인 그는 목에 힘주고 아가씨들을 데리고 궁평항
에 가서 생선회를 사 주고 시간이 없을 땐 바다를 매립하고
물길만 남은 선창포구에서 멍게나 해삼, 바닷장어 한 접시에
소주잔을 기울일 때도 있다.
출장 나온 다방 아가씨와 함께 보낸 시간은 당당하게 계산했다.
다방 아가씨들은 지하에서 굽 놓은 힐을 신고 있어 다리가
퉁퉁 부었다. 다리 아파가며 찬 잔이나 나르느니 시간비도
벌고 주인마담에게 매상도 올려주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였다.
생선회가 먹고 싶다고 말한 것은 회가 먹고 싶은 것보다는
답답한 지하 공간에서 탈출해 코에 바람이나 넣어주고 돈도
벌고 바깥세상 누경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곰팡이 냄새나는 지하에서 나이 지긋한 사내들에게 커피
몇 잔 얻어먹고 돈도 나오지 않는 서비스로 허벅지나
주무르도록 빌려주고 시달리느니.
바깥바람도 쐬고 수입 없는 날 주인마담 기분도 맞춰줄 겸.
되도록 하루 종일 시간을 빌리는 올(all) 티켓을 끊어 돈도
벌고 다방 매상을 올려주는 것이 일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