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연재) 모태 솔로

13. 돈 잃은 놈! 눈 튀어나온다!

by 유정 이숙한

찬수는 아비 대신 초상집에 문상을 갔다.

동네라서 체면 차리느라 화투판에 끼지 못하고 뒷전에서

화투판 패 돌리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


개가 똥을 보고 참지 못한다고 하더니 제 버릇 남 주지

못하고. 화투 장인인 찬수가 뒷전에 서서 구경을 한다는

것은 산속에 가서 도를 닦는 것보다 힘든 일이었다.


열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긴장한 탓인지 오금이 저렸다.

화투패가 좋지 않으면 '비. 풍. 초. 육. 구. 팔' 순서로 패를

버리거나 5 끝이나 10 끝부터 버리라고 코치해 주었다.


참다못한 찬수는 옆집 형에게 5만 원을 빌려 한몫 끼더니

열심히 땅바닥에 화투장을 두드렸다.


초상집에는 의례 5명이 의기투합하여 화투를 친다.

낯선 사람이 끼어있기 마련인데 화투치기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 타짜가 한 명 끼어 있기 마련이다.


찬수는 그의 말처럼 굴뚝을 지고 앉아서인지 초장에

끗발이 났다. 초단이 나고 고도리가 나서 8점. 5 끝 자리가

네 장이라 2점 나서 합하니 10점, 피가 12장이라 3점,

총 13점이 났다. 쓰리 고(three go)를 했으니 더블 점수인

26점이 되었고 같은 패가 3장 들어와 게임 시작 전 흔든

덕분에 더블 점수인 52점이 되었다.


피 열 장을 가져가지 못한 팀은 피 바가지를 썼으니

난 점수의 두 배인 104점이 물어내야 한다.


1점에 오천 원짜리(쓰리고 ×2곱 × 흔들어서 2곱 ×

피 바가지로 한쪽 편은 ×2곱} 52점으로 26만 원과 52만 원을 받았다.


1점에 10만 원으로 올리자 연거푸 큰 점수가 나더니 금방

이천만 원이 들어오고 천만 원짜리가 두어 차례 들어오더니

앞자락에 돈이 수북해졌다.


타짜는 처음 몇 판은 잃어주었으나 찬수는 따고 봤다.

그와 같이 고스톱을 치는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 같았고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힌 문상객들이었다.


찬수가 평소 강조하는 말이

<상가 집이 하나 생기면 줄초상이 난다>고 했다.


누군가 그에게 큰돈을 잃은 것이다.

그는 큰돈을 따고 자리를 빠져나갈 수 없는 노릇. 뒤통수가 간지러웠다.


광을 두 장 팔더니 주방에서 안주를 가져다 일행들에게 술

한 잔씩 따라주고 슬그머니 빠져나가더니 감자밭에 주저앉아

양말과 뒷주머니에 돈과 수표를 짱박았다.


몇 판 더 어울려 치며 점수가 적게 난 몇 만 원짜리는 잃어

주었고 큰돈을 잃은 척했다.


얼큰하게 취기가 돌자 시끌벅적해지더니, 여느 시골집

상가처럼 화투꾼들의 호기로 밤새 왁자지껄하였다.


그는 오천만 원이란 거금을 따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일행들에게 안주와 술을 푸짐하게 가져다주고 한 잔씩

따라주며 알코올이 부족한 거라 부추기며 자리를 뜰

기회를 엿보다가 아랫배를 움켜쥐며

- 아이고 오줌보 터지겠다. 이 판은 무광이니 쉬고

화장실에나 좀 다녀와야겠다!


아랫배를 움켜쥐고 화투판을 빠져나온 찬수는 화장실에

가는 척하다 뒷마당에 있는 감자밭에 소변을 보고 재빨리

담을 넘어 외딴곳에 사는 선배 집으로 도망갔다.


아침 6시라 좀 이른 시간이지만 마음이 급박했다.

급히 잠수를 타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혁이 형 집으로 달려

가서 대문을 두드렸다. 동혁이 밖으로 나왔다.


- 형님, 지난번에 투자하고 잃은 돈 오천만 원 어젯밤에 다

찾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죠?


- 그 돈 365일 코너에 집어넣고 어서 잠수 타라? 네 몰골

보면 돈 잃은 놈 눈 튀어나온다. 빨리 택시 타고 연기처럼 사라져. 먹 튀 알지?


찬수는 동혁의 말대로 오천만 원 중 사천구백만 원을

365일 코너에 입금하고 돈이 좀 생겼으니 첫사랑 정애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S역에서 전철을 타고 가는 중 공사장 업자인 박 사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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