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 에세이 ]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때문에 시위현장에 있다가 물대포에 맞아 대상포진에 걸려 따갑고 아파 고생했다. 그 후 툭하면 대상포진에 걸렸고 2018년 대상포진에 걸려 2주 넘게 고생하고 백신을 맞았다. 백신을 맞았다고 대상포진에 걸리지 않는 게 아니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으면 매 년 서너 번이나 대상포진에 걸려 기포가 생긴 곳이 아프고 당기며 따가워 힘들었다. 8월과 9월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인데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서 주방에서 6시간 일하다 보니 땀이 많이 흘렸다. 더운물로 그릇을 닦아 세척기에 넣는데 더운 김 때문인지 유독 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땀이 눈으로 들어가서 손수건으로 찍어내지만 여전히 흘러내렸다.


8월 둘째 주 월요일 6시간 릴레이 근무를 마치고 차로 이십 여 분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필요한 것을 사느라 한 시간 넘게 서성이고 집에 돌아와서 열무김치를 담그느라 또 1시간 반을 보냈다. 허리나 무릎이 아프지 않기 위해 운동량을 늘렸더니 무리한 탓인지 허벅지 뒤쪽에 땀띠 같은 것이 만져졌다.


읍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더니 대상포진 사촌이라고 한다. 병원 처방약을 먹었지만 낫지 않아 다른 병원에 갔더니 백 프로 대상포진이라고 한다. 약 1주일 분과 같이 복용하는 4일분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상처 부위가 열이 나서 밤에 얼음으로 냉찜질을 해봤다. 그랬더니 기포가 생긴 곳이 터지고 당기고 따갑던 것이 덜했다. 예전에 애들 아빠가 폐섬유화증으로 편강탕 한약을 먹고 등에 수없이 물집과 수포가 생겨 괴로워해서 식초물로 닦아주고 물집을 터트려줬는데, 얼마나 아팠을지 실감이 난다. 나도 몸속의 독이 몸 밖으로 나온 것일까?


허벅지 뒤쪽에 생긴 대상포진 때문에 당기고 아파 상 위에 노트북을 올리고 등받이 의자에 기대 글을 쓰는데 사나흘을 쉴 수밖에 없었다. 반듯이 누워 자는 일이 힘들어 뒤척이느라 숙면은 취하기 힘들다. 건강해야 일을 하니 잘 먹고 잘 자고 운동 열심히 하며 허벅지나 종아리, 척추강화운동으로 근육을 키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릎강화운동과 실내자전거, 스쿼트, 발목강화 운동을 하고 오후에 퇴근해서 실내자전거와 스쿼트, 발목강화운동과 척추강화운동을 했더니 몸이 거뜬하더니, 과부하에 걸린 것 같아 나흘 동안 쉬었다. 몸이 쉬어달라는 요청이니까.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하니 마음이 아프더니 몸이 아프다.


만병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니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픈 건 당연하다.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고 다잡아 보지만 침묵 속에 갇히고 외로움이 급습한다. 마음을 다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걸까, 귀한 것일수록 욕심을 내면 마음이 아픈 법! 욕심을 내려놓아야지 하면서 내려놓지 못하고 버벅대고 있다. 고요는 발악하며 날 공격한다.


사랑은 삶의 기폭제가 아닐지. 사랑을 잃으면 나만의 향기와 꿈을 잃는다. 사랑에 목숨을 거는 건 젊은 이가 갈망하는 꿈이다. 경제가 뒷받침해 줘야 사랑도 가능하다, 사랑은 생물이니까. 가질 수 없는 사랑은 흘려보내는 것이 당연하지만 수학 계산법대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것이 사랑 계산법이다.


사랑을 받다가 떠나보낸 사랑을 아직도 붙들고 있는 걸까, 지나간 사랑은 가슴 깊이 묻자! 미래를 위해 당당하게 한 몫하지만 흐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버겁다. 마치 연어가 알을 낳기 위해 수없는 여정을 겪으며 귀향하는 것처럼! 젊어서는 힘든 일을 하지 않다가 나이 들어하려니 힘에 겹지만 3개월이 지나니 좀 낫다.


일요일 교회에서 밥 당번이라 구역 식구들끼리 어울려 점심을 해야 했는데 대상포진 때문에 부담이 되었다.

주말과 휴일에는 푹 쉬며 몸을 추슬러야 하는데, 근무의 연속 같아 부담으로 와닿는다. 메뉴가 비빔밥인데 당근과 오이를 채를 쳐서 볶아주고 설거지는 다른 분들께 부탁하고 주일 예배는 드리지 못하고 예배당에 올라가 기도만 하고 집에 돌아와서 푹 쉬었다. 예전에 백신을 맞은 터라 오십 프로 아픈 거라는데 약을 먹고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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