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깊이를

[ 에세이 ]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적당히 일하고 쌓아두고 살진 않지만 이만하면 사는 것도 불편하지 않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아들들은 취직하기 힘든데 취직이 돼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다들 자식농사 잘 지었다고 부러워한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열정을 다해 노력하고 있는 자식들에게 감사한다.


배가 부른 투정일까, 길을 가다 어린아이를 보면 예쁘다. 비슷한 연배의 할머니들이 손주 자랑을 하면 할 말이 없다. 욕심이라면 손주들이 재롱을 떠는 모습이 보고 싶다. 내 귀한 손주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앞으로 3년 동안 일하고 보물 같은 아이들이 태어나면 돌봐주려고 한다. 손주들이 커가는 모습을 동화로 담아내고 싶다.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이들 키울 때였다. 황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보물인 그때 추억들! 지금 동화의 소재도 아이들 키우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이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입었던 배네 저고리와 아기 때 신던 양말도 보관하고 있다. 자라면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도 간직하고 있다. 내겐 소중한 보물이니까, 자연을 보며 자연에서 얻은 영감으로 동화를 짓는다.


사진 속 아이들의 어릴 적 노는 모습과 맑고 순수한 눈망울을 생각하면 절로 행복해진다. 멈춘 시간 속 장면의 사진 한 장이 귀하디 귀한 보물이며 아이의 손때가 묻은 장난감을 보면 웃음이 난다. 살면서 그렇게 행복한 순간을 요즘 젊은 이들은 알까 모를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과물인 아이들!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행복하다.


부모님도 살아생전 그랬을 것이다. 자식을 하염없이 기다리셨다. 19년 전 외손주들을 데리고 안성에 사는 부모님께 가면 어찌나 좋아하던지! 자식이 그리우면 전화를 걸어 목소리로 그리움을 달래셨던 것을… 그땐 철이 없어 그리움의 깊이를 몰랐다. 나이 들어 보니 그리움의 깊이를 이제 알 거 같다. 이제야 철이 난 걸까.


아버지는 큰아이 낳고 십 년 만에 얻은 작은아이를 보며 "아이고 우리 **이 하늘에서 떨어졌냐, 땅에서 솟았냐?" 하시며 손주의 얼굴을 톡톡 치셨다. 아버지의 눈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니 찾아뵙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엄마 좋아하는 치킨 두 마리와 아버지 좋아하시는 떡을 종류별로 사가고 기운이 없을 때 드시면 좋은 염소탕을 사갔다. 같이 한 상에 둘러앉아 밥 한 끼 같이 먹고 이불빨래나 청소를 해 드리고 두어 시간 남짓 앉아있는데 어머니는 텃밭에서 푸성귀를 따서 봉지마다 바리바리 싸주셨다.


지금의 나도 아이들에게 주려고 감자를 미리 캐서 작은 것은 빼서 내가 먹고 되도록 크고 예쁜 것으로 골라 종이상자에 담아 준비해 두었다. 이번 주 토요일 만나기로 했으니 단호박을 몇 개 더 따고 풋고추도 따서 챙겨주려고 한다. 수박이나 참외는 8월이 되어야 싸줄 수 있다.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것! 사랑은 나눔이 있어 또한 행복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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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들이 그린 그림이다. 날 기다리는 고향집! 그곳에는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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