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유정 이숙한
20일 전, 시월 중순 경에도 더워서 에어컨을 켜야 했는데 가을을 감상하려니 너무 짧게 지나가는 것 같다.
햇볕에 있으면 따뜻한데 그늘에 가면 으스스 추워 몸을 움츠리게 되는 것을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춥다고 껴입으면 둔해서 움직이기 불편하니 벗어야 해서 겉옷만 두툼하게 입고 있다 벗으면 편하다.
11월 말일이면 25년 근무가 마감된다. 정든 아이들과 생활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귀여운 아이들과 작별하려니 말할 수 없이 서운하다. 눈물이 날 거 같다. 26년도에 만 65세라 유아 돌봄 신청 대상이 되었다. 담주 설명회 듣고 신청할 건데 근무하던 곳에 발령이 날지 안 날지 미정이다.
지금의 학교 병설유치원은 울 막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라 처음부터 친근했다. 막내의 추억이 교정 어딘 가에 오롯이 숨어있는 것 같아 두리번거리게 된다. 교실도 리모델링해서 예전보다 훨씬 더 깨끗하다. 아이들 숫자는 작은아이가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적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회귀한 걸까, 가끔 착각하기도 한다.
8월에 첫 출근하고 며칠 후 책 정리를 했다. 오늘은 자청해서 자료실을 정리했다. 교육 자료들과 소모품을 분리, 양쪽으로 정돈하니 2시간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정리하고 나니 선생님들께서 좋아하셔서 다행이다.
삼십 여분 남은 시간은 아이들이랑 공기로 알까기를 했다. 바둑으로 하는 알까기인데 공기로 해도 재미있다.
아이들은 내가 떠나도 공기 알까기를 할 것이다. 어쩌면 집에서 언니나 동생, 혹은 형하고 할지 모르겠다.
공기를 배울 때는 어려워서 며칠을 연습하더니 이젠 제법 잘한다. 배우고 나니 성취감에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흐뭇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서 발목 줄넘기가가 될까 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런대로 된다. 아이들에게 발줄넘기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칭찬해 주며 격려해 주었다.
그 덕분에 여러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배워 발목 줄넘기를 잘한다. 가볍게 토끼처럼 깡충 뛰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모른다. 단 한 아이만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의욕이 없지만 꼭 가르쳐주고 싶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관심과 칭찬을 먹고 산다. 관심을 가져주고 칭찬해 주면 어렵지만 끝까지 해내고 만다.
그 현장을 여러 번 목격했다. 할머니 선생님으로 느끼는 가장 행복하고 흐뭇한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사물을 배우고 손근육과 대근육을 발전시킨다. 또한 성취감을 맛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배우려고 하지 않은 아이에게 발 줄넘기를 배우게 할까,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