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연재 ] < 사랑학개론 > 유정 이숙한
"수민 엄마, 제발 좀 기계호흡기를 뽑아줘, 억지로 숨 쉬느라 너무 힘들어!"
그녀는 의료진에게 기계 호흡기 대신 산소마스크를 씌워 달라고 요청했다. 의료진은 호흡기를 빼는 순간 심장이 정지된다고 했다. 언젠가 어느 매체에서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로 오랜 시간 연명하다 안락사하기로 결정되어 인공호흡기를 뺐더니 자가호흡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수철은 기계 호흡하느라 입술이 여기저기 터친 모습이 가여웠다. 그를 면회할 때면 평소처럼 호흡기에 맞춰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훈련을 시키는 그녀.
"그만둬! 인공호흡기로 시간과 운명을 바꿀 수 없어. 아기 천사가 되었으니 내 별로 갈 거야!"
"당신과 두 번 이혼해서 미안해요. 당신과 함께 한 세월 행복했어요. 당신과 그 남자를 비교해서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같이 지낸 10개월 동안 행복했어요. 사랑해요!"
그녀의 속삭임에 그의 혈압이 올라가고 느리던 심장 박동이 춤을 추었다.
눈부시게 하얀 날개를 펼친 아기 천사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난 곧 여행을 떠날 거야, 내가 떠나도 슬퍼하거나 기죽지 말아, 사랑하는 우리 두 딸이랑 잘 살아!"
"가긴 어딜 가요? 좀 더 머물다 같이 가요. 당신 말 듣지 않고 고집부려서 미안해요. 사랑해요!"
아기 천사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의료진에게 청폐 한약을 투여해 달라고 애원했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부작용이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한의사의 사인이 있으면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그녀는 의료진이 준 의견서를 가지고 서초동 한의원에 올라갔다. 한의사는 <P한약은 폐를 청소해 주는 식품이니 마음 놓고 환자에게 복용하게 하세요.>라고 자필 사인하고 한약으로 생긴 부작용은 지겠다고 하단에 사인을 받았다. 그녀는 한의사의 각서를 의료진에게 제출했다.
한의사가 책임진다는 법적인 사인이 없다고 묵살했다. 그녀는 의료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한약을 복용하지 못하면 환자를 집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병원에서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입원 12일째 되는 날. 오전 8시 20분 집중치료실 복도에 멍하니 앉은 순미를
의료진이 부른다.
"장 수철 환자, 오늘을 넘기지 못할 거 같습니다. 혈압을 주사로 계속 올려도 떨어지고 있어요, 심장도 곧 멎을 것입니다. 멀리 가지 마시고 여기 앞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남자 교수는 손 놓고 수철의 숨이 멎는 것을 기다리라고 한 말이었다. 그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녀는 ‘의사가 신인가, 신이 내린 명령이니 기다리라고?’ 순미는 딸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의 임종을 지켜주고 싶었다. 의료진의 허락을 받아 병실 침대에 갔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그의 손에 얼굴을 비비며
"수민 아빠. 나랑 결혼해 줘서 고마워요. 귀한 딸들 선물로 남겨줘서 고마워요! 당신도 사느라 고생 많았어요. 당신을 외롭게 해서 미안해요, 당신은 내 인생 최고의 남자예요! 사랑해요. 안녕, 내 사랑!"
"아니야, 내 고집대로 해서 미안해.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어. 당신은 딸들 효도받고 오래오래 살다 와!"
"당신은 남자 중 남자예요. 내 이익을 위해 비굴하게 살지 않은 멋진 남자! 사랑해요. 지구별 소풍 마치고 아름다운 당신의 별로 잘 가요!"
그녀의 고백을 듣고 그의 심장이 요동쳤다. 뚝뚝 떨어지던 혈압이 상승하고 느려진 맥박이 빨라지며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닫았던 마음을 활짝 열었다.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순미는 수철의 손발을 주물러주고 갈비뼈가 앙상한 몸을 품에 안았다. 식어가는 그의 몸에서 심장이 뛰고 있었다. 천사들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기쁨의 찬송가를 불러주었다. 나쁜 악령들이 데려가지 못하게 기도 한다. 천사들이 그의 영혼을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