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색상을 옷을 입으면

[ 에세이 ]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아침은 더덕구이와 소고기 뭇국을 먹고 교회에서 9시 예배를 드렸다. 갈 때는 차를 차고 가고 올 땐 400미터를 걸어왔다. 근처 의류 가게에서 밝은 색상의 티셔츠가 있으면 살까 하다가 종류가 몇 가지 없을 거 같아 이십여 분 거리의 향남 홈플러스에 갔다. 매장이 크니 종류가 여러 가지 있겠지 싶어서 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정기휴일이다. 수원 남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에 가면 예쁜 옷들이 많이 있는 것을 기억한다.

가격도 저렴하다. 아웃렛 매장은 최소 만 원에서 2만 원가량 비싼 느낌이 든다.


사십 대부터 덩치가 산만하다 보니 착시 현상으로 홀쭉해 보이기 위해 검은색 티셔츠나 바지를 즐겨 입었다. 육십 대 중반인데 아무렴 어떠랴! 아이들과 생활하려면 밝은 색상의 옷을 입어야 밝은 인상을 준다.

검은색 계열의 옷은 늘어지고 뭉친 것들은 퇴출시켰더니 입을 옷이 별로 없다. 요즘 국내에서 만든 옷에 대해 인식이 사라졌다. 70년대 80년대에는 의상실에 가서 옷을 맞춰 입었다. 위아래 한 벌로 웃옷과 치마바지로

3점을 맞췄다. 그땐 인천시 북구 청천동에 있는 의상실에서 맞춰 입고 구두도 수제로 맞춰 신었다.


90년대 이후 공장들이 대량 생산을 하며 수제 시대가 사라졌다. 물론 유명한 디자이너 옷은 맞춤이 훨씬 더 고가이다. 대량 생산에서 나오는 의류는 made in korea가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외국계 아웃도어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옷을 사러 가면 옷감을 만져보고 부드러운가, 까칠한가, 보풀이 많이 생기는 소재인가, 물세탁하는 소재인가, 세탁하면 줄여드는 소재가 아닌가 따지며 고르게 된다.


티셔츠 위에 걸쳐 입는 옷들도 막내가 사준 것이 대부분이라 젊은 스타일인데 속에 입을 티셔츠가 없다. 수원 남문시장에 갔다. 수원 시장으로 가는 가로수 길의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었다. 우리 지역은 바다가 가까워 바람이 차서 그런지 초록색 은행잎이 많은데 수원은 가는 곳마다 온통 노란 은행잎이라 가을을 실감했다.


차는 주차타워에 세우고 걸어가서 의류 시장 안쪽으로 가보니 밝은 색상이며 목이 올라와 접을 수 있는 티셔츠와 조끼가 있었다.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는 소재의 티셔츠가 눈에 띄었다. 상점 주인이 센스가 있으면 맘에 드는 소재가 있기 마련이다. 서울 사당동 지하상가의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계절이 바뀌기 전에 사면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 사당동에 갈 일이 없으니 사러 갈 수 없다.


밝은 비둘기색 한 점과 핑크빛 계열의 연한 티셔츠와 짙은 보라색 조끼를 샀다. 수원의 보건약국은 도매약국이라 약들이 저렴하다. 무릎 염증을 잡아줄 콘드로이친 1200mg 약도 약사님과 상의해서 넉 달치와 곁들여 먹는 약도 샀다. 동네 약국에서는 한 달 분이 4만 원인데 두 달 분이 45,000원이고 한 박스가 두 박스가 들어있어서 샀다. 무릎 속 안이 따갑고 쓰라리게 느껴진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과감하게 내 몸에 투자했다.

12월과 1월 두 달 쉬면서 약 복용하면 염증이 사라질 거라고 확신한다.


앞으로는 밝은 색상의 옷을 입으려고 한다. 밝은 색상의 옷을 입고 밝게 웃으며 밝은 생각을 하며 밝게 살려고 한다. 덩치가 산만하다고 칙칙하고 어두운 색상은 그만 입기로 했다. 밝은 생각을 하면 밝게 웃을 일이 생기고 밝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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