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 연재 ] < 사랑학 개론 > 유정 이숙한
그녀를 향한 사랑이 샘물처럼 솟아나서 주체하지 못해 안달하던 사람. 사랑에 목말랐던 그가 사랑을 확인하고 떠났다. 그녀는 그의 사랑을 구속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떠나고 영원불멸의 사랑을 갈구했던 사람이 그녀 자신이란 것을 깨달았다. 수철은 한순간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에게 순미는 열두 살에 떠난 엄마이며 누이이고 친구였다. 그런 그녀가 다른 남자를 가슴에 품었을 때 세상이 끝난 것 같았다.
그녀는 그의 안에 숨은 혜란을 질투하며 기억 속의 여자이고 싶어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가 서울로 떠나자 그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그녀는 자신이 설계한 남자 상에 꿰맞추려고 했으니 그가 밖으로 겉돌 수밖에. 수철은 말을 예쁘게 포장한다. 그와 말을 섞은 여자들은 그에게 반한다. 순미는 말을 예쁘게 포장할 줄 모른다. 남자는 자존심에 살고 자존심에 죽는데, 그 부분을 놓친 그녀다.
그가 잘한 것을 칭찬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칭찬에 인색했다. 화가 나면 속에 담은 말을 직선적으로 내뱉는 그녀는 그의 마음을 요리할 줄 몰랐다. 사랑을 아끼려고 구두쇠처럼 굴은 자신이 미운 그녀는 따뜻한 말을 해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어 그를 보내고 백일 넘게 울었다. 길을 건널 때 위험하다며 손을 잡아주던 사람, 외출할 때 그녀의 구두를 닦아주던 자상한 사람. 바라볼 때 따뜻한 미소가 피어났던 사람이 수철이었다.
그녀의 슬픔은 활화산이 되어 눈물을 태웠다. 가슴 저편에 묻어둔 눈물이 하얗게 응고되었다. 그녀의 못난 사랑은 그의 폐를 얼게 했다. 냉동된 사랑은 하얀 꽃을 피웠다. 사랑 앞에 고독이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말에 어깃장을 놓았던 그가 한 줌의 재가 되어 담겼다.
두 살배기 아기천사는 <가을의 속삭임> 그윽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맑게 갠 파란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새 옷을 입고 파란 신발을 신고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그녀를 기다린다. 의식을 거행하는 남자와 여자 선생님은 숙연하다. 부모를 여읜 소년을 양아치로 몰은 교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문신한 머리를 곱게 빗고 턱수염을 깎고 고통을 이긴 자부심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차가운 얼굴에 얼굴을 비비고 품에 안아주고 팔다리도 만져주며 그에게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아기 천사는 하얀 날개를 펼치며 환하게 웃으며 고통의 실체를 내려다본다. 저리도 예쁜 아기는 처음 본다. 아기 천사의 파란 꽃신이 예쁘고 깜찍해서 눈물이 나는 그녀다. 아기 천사는 공중그네를 넘더니 네모난 집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48킬로이고 떠날 때는 50킬로다. 고통의 무게는 2킬로다. 고통은 시간과 추억을 훔쳐 달아났다. 고통은 혜란을 끌어안고 뜨거운 불 속으로 들어갔다. 둘은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마음에 품은 사내를 질투하며 보낸 시간이 부메랑이 되었다. 멋진 인생이 되려고 했는데 사랑을 확인하느라 허송세월했다. 그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했다. 많은 여자와 친했으나 그의 사랑은 그녀 한 사람뿐.
그녀의 고백에 고통이 떠났다. 첫째 아내는 고통을 안고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지나온 시간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고생이었다. 한 남자가 욕심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의 인생을 흠집 냈다.
편지의 겉봉은 사랑이었으나 자존심을 향수처럼 뿌렸다. 절름발이 심장을 도려내어 소금에 절인 그녀였다.
아파서 돌아눕지 못하는 사람에게 운동을 강요하고 과거의 일로 끔찍한 고문을 자행한 그녀. 그의 자존심이 봉해졌다. 그를 시립 아파트 4층 206호에 입주시키고 돌아섰다. 아기 천사는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목사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입주자들에게 사랑학 강의를 한다.
"사랑학 개론의 핵심은 사랑은 확인하지 않는 거야. 확인하는 사랑은 어리석은 거야. 그건 사랑이 아니고
집착이지, 사랑을 길들이는 게 아니고 목마르게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