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동화 모음 ] < 청순이의 일기 > 유정 이숙한
호기심 많은 나는 멀리뛰기하며 놀다가 배가 고파져 개구리밥을 먹으러 다가갔어. 그런데 개구리밥
잎이 가늘게 흔들리는 게 아니겠어? 나는 얼른 잠수하여 물속에 숨어 개구리밥 뿌리를 보았어.
개구리밥 옆에 물방개의 털이 많은 무서운 뒷다리가 보였어. 나는 재빨리 물풀을 뒤집어썼어.
물방개의 뒷다리는 노를 젓듯이 빠르게 헤엄칠 수 있다는 것이 실감 났어. 개구리밥 잎사귀 속에 숨은
뒷다리는 정말 무서웠거든!
청개구리 학교 선생님과 할아버지 청개구리가 가르쳐 준 대로 물풀이 많이 있는 곳에서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몸을 숨겼어. 물방개가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가서 다행이라 숨을 크게 내쉬었어.
우리 청개구리들은 무럭무럭 자랐어. 청돌은 수컷 청개구리라 턱밑에 커다란 울음주머니가 있어.
날씨가 흐린 날이면 나무에 올라가 ‘깩깩’ 노래를 멋지게 불렀어.
하늘이 흐리고 컴컴해진 어느 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빗방울이 모여 작은 도랑을 이루더니
쏜살같이 내려가더니 개울물에 휩싸여 흘러갔어.
청개구리들은 서둘러 나무 위나 땅 위 비가 오지 않는 높은 곳으로 올라갔어.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어.
나는 도랑 위에 보이는 회색 공장 마당으로 폴짝폴짝 뛰어갔어. 건물 벽 아래 바람개비 모양의 선풍기
위에 붙어 비를 피했어.
날아가는 파리를 보여서 긴 혓바닥으로 잡아 날름 삼켰어. 나는
“와! 파리 맛있다. 창문틀 위에 올라가 잠이나 잘까?”
나는 창문틀 위로 올라갔어. 거실 창문 방충망 아래 물이 새어 나오는 작은 구멍을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어. 안쪽 유리창에 붙어 꾸벅꾸벅 졸았어.
넓은 거실에는 눈이 동그란 소년이 TV 만화영화를 보다 큰 소리로 책을 읽으며 게임도 하고 공부하고
있었어. 소년은 거실 한쪽에 놓인 피아노 건반을 누르자 흥겨운 피아노 소리에 그만 잠이 멀리 달아났어.
소년은 <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더라, 파란 머리 천사 만날 때는 나도 데려가주오…>
난 경쾌한 피아노 연주와 소년의 노래를 들으며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불렀어. 집을 떠나 왔는데
피아노 연주와 노래를 들으니 외롭지 않았어. 누구든 혼자 있으면 외로워지는데 누군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외롭지 않았거든!
다음 날 아침이 되었어. 난 건물 밖으로 나갔어. 포도나무 밑에 사는 달팽이 달달이를 만나기 위해
포도나무 아래로 폴짝 뛰어갔어. 달달이는 등에 딱딱한 집을 지고 다니다, 새가 나타나면 얼른 집속으로
몸을 숨겼어. 내 목소리를 듣고 달달이가 포도나무 아래 풀 속에서 나왔어. 내가 말했어
“달달아, 나. 어제 회색 건물 안에 들어갔어, 그곳에 눈이 똥그랗고 귀엽게 생긴 소년이 피아노를
신나게 연주해서 신이 나서 노래도 부르고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었다! 소년은 피아노 연주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도 잘해서 학교에서 상을 자주 타온다고 소년의 엄마가 칭찬하고 있었어.”
달달이가 말했어
“피아노 연주 신나겠다. 피아노 연주 듣고 싶다!”
“신이 나서 엄마 아빠도 잊고 있었어, 소년이 잠이 드니 조용해져서 외롭고 슬퍼졌어.”
그 말을 한 내 눈가에 눈물이 맺혔어.
내가 달달이에게
“나도 형제들과 울 엄마 깍지 속에 있을 때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혼자 산다는 건
즐거운 게 아니야, 먹이를 혼자 찾아야 하고 새들에게 들킬까 봐 꼭꼭 숨어야 하고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이면 외로워서 울었어. 엄마 곁을 떠나온 것이 후회되었거든!”
달달이는 말을 하다 ‘앙’ 하고 울음을 터트렸어. 나는 달달이의 등을 다독거리며
“달달아.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너랑 나랑은 이웃이고 우린 친구야.”
달팽이 달달이가 울다가 웃었어, 눈물 자국이 남은 얼굴로 나를 보며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어.
그때 회색 건물 안에서 소년의 흥겨운 음악과 노래가 흘러나왔어. <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