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완결) 청순이의 여행

[ 단편동화 모음 ] < 청순이의 일기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차 유리창에서 잠을 잤어. 아침이 되자 유리창에 매달린 아침이슬로 목을 축이며 기지개를 켜며

“아우, 잘 잤다. 벌써 아침이네! 이슬로 세수도 하고 목도 축였으니 달달이에게 가야지.”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회색 건물 현관문이 열리고 키 작은 아줌마가 나왔어. 아줌마는 화물차에

올라가더니 차 시동을 걸었어. 미처 땅으로 뛰어내리지 못해서 난 몹시 당황했어. 괴물처럼 생긴

화물차가 ‘부릉부릉’하품을 하더니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나는 무서워 유리 닦기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화물차 유리창에 붙어 어디론가 가고 있었어.

바람이 불더니 이슬비가 차 유리창에 흘러내렸어. 나는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이슬비로 목을 축이며

정신을 바짝 차렸어.


차 유리 닦기가 오른쪽과 왼쪽을 왔다 갔다 춤을 추며 움직였어. 너무 놀라 ‘이젠 죽었구나!’

생각하고 두 눈을 꼭 감고 온 힘을 다해 유리 닦기에 매달려 있었어. 하지만 유리 닦기는 날 마구

아래로 밀어냈어. 내가 그만 발을 헛디뎌서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어. 다행히 유리 닦기 밑동에 붙어

간신히 버틸 수 있었어.

한참을 달려가던 화물차가 속도를 낮추며 천천히 갔어. 화물차를 운전하던 아줌마가 차에서 내리며

내게 말했어

“귀여운 청개구리가 여기에 붙어있었구나, 무섭지 않았니? 조금만 참으렴. 거의 다 왔어. 집에 갈 땐

널 내 옆자리에 태우고 갈게, 널 발견하지 못해 정말로 미안하다!”


아줌마는 조금 더 가다가 화물차를 길에 세우고 차에서 내리며 내가 잘 있나 살펴보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어. 나는 겁에 잔뜩 질린 채,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 다리가 떨렸지만 아래로 ‘펄쩍’ 뛰어내렸어.

봉숭아 꽃밭으로 들어갔어. 무당벌레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고 왕개미도 놀라고 꿀벌도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날 빤히 바라보았어.

안전한 곳으로 가서 쉬고 싶었는데 낯선 곳이라 혼자 있으려니 너무 슬펐어.

그때 어디선가 폴-작 폭-짝 뛰는 소리가 들렸어. 갈색 청개구리가 내 옆에 다가오더니

“안녕, 친구야, 내 이름은 갈돌이야. 나도 청개구리인데 옷 색깔이 너와 다르지만 우리는 친척이야,

우리는 모두 청개구리 가족이거든. 넌 눈이 참 예쁘다!”

나는 놀라움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갈돌이를 바라봤어. 갈돌이가 또 말했어

“너는 깨끗한데, 우리는 젖소들의 배설물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피부색이 누렇게 변한 거야, 옥수수가

젖소 배설물을 많이 먹어서 삐쩍 키만 크고 수염은 있는데 옥수수가 영글지 않았어, 그래도 난 옥수수

집이 제일 좋아, 나랑 우리 집으로 같이 가지 않을래? 우리 집에는 먹을 양식인 파리가 아주 많아.”

난 갈돌이를 따라갔어, 우리는 친구가 되었어. 같이 세수도 하고 맛있는 파리도 먹으며 행복했어.


어느 날 우리 집 아래에 큰 뱀이 나타났어, 나와 갈돌이와 옥수수 줄기 속으로 잽싸게 올라가 숨었어.

옥수수나무줄기가 가늘어서 흔들렸어, 덩치가 큰 뱀이 올라오다 포기하고 내려갔어. 우리는 무서웠지만

둘이 있으니 서로 의자가 되었어, 무서운 기억도 잊고 옥수수나무 수염이불을 덮고 잠을 잘 잤어.

무당벌레와 왕개미, 꿀벌도 우리를 부러워했어. 배가 고프면 언제든 혀를 내밀면 파리를 잡을 수 있어.

겨울이 되기 전에 충분히 배에 영양분을 저장해야 했어. 먹을 양식이 풍부해서 행복했어. 가끔 형제들이

보고 싶었지만 참을 수 있었어. 갈돌이가 있으니까,

황소들이 꼬리를 칠 때마다 파리들이 윙윙 소리를 내며 날아다녔어. 우리는 맛있는 파리를 혀를 내밀어

꿀꺽 삼키며 즐거운 날을 보냈어, 서로 아껴주며 사랑했어.

가을이 되자 옥수수 줄기가 기계에 잘려나가더니 소의 겨울 양식이 되었어.

나와 갈돌이는 근처 소나무 숲으로 갔어. 털로 덮인 송충이들이 우글거렸어. 소나무 옆에 참나무

밑동에 낙엽이 덮인 따뜻한 땅속에 겨울 집을 짓고 결혼식을 올렸어.

다음 해 봄이면 나와 갈돌이는 엄마 아빠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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