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내 이름은 나비야

[ 단편동화 모음집 ] < 길고양이 나비 > 유정 이숙한

by 유정 이숙한

큰길에서 들어가면 공장이 한 채 있고 논을 지나 30미터쯤 걸으면 3층 높이의 뾰족한 지붕이 있는 공장

건물이 두 동 있어. 조금 떨어졌지만 동네 쪽으로 걸어가면, 쇠부스러기와 철사 같은 게 산처럼 쌓여있는

집이 한 채 있어.

3층 높이의 뾰족한 지붕이 있는 공장에는 매일 아침이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갔어. 물소리가 들리고

기계들이 윙윙 소리를 질러서 무서웠어. 산처럼 쌓여있는 집 둘레에 철망이랑 쇠부스러기들이 구름산처럼

높이 쌓인 그 아래, 대추나무가 있고 플라스틱 둥근 관이 놓여있는데 그곳이 안전한 내 은신처야.

밤새 생쥐사냥을 했더니 피곤해서 뾰족한 지붕 공장 건물 사잇길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데 고소한

냄새가 확 풍겨왔어. 난 참을 수 없어서 고소한 냄새를 따라갔어. 뾰족한 지붕이 있는 건물 마당에 지붕이

낮은 집에서 나는 냄새였어. 아주머니가 날 보더니

“나비야, 여기 맛있는 치킨 뼈다귀 있으니 먹어라, 목과 배가 하얀색인 검은 고양이 너, 말이야?”

나는 이름이 없는데 나비라고 처음으로 불러줬어, 내 이름이 그날부터 나비가 되었어, 이름이 있으니

즐거웠어, 어깨에 힘이 주어졌어. 우리 길고양이들은 이름이 없거든. 보살펴주는 주인이 없으니까, 우리

엄마가 나를 낳고 기르다 사라졌어, 그땐 내가 어려서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한

거 같아. 나는 큰 차가 제일 무서워! 멀리서 차를 보면 잽싸게 도망갔어. 살고 싶었으니까,


난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 아주머니가 내 이름을 불러도 다가갈 수 없어, 아주머니 착해 보였지만

두려워서 멀찍이 서서 입맛만 다셨어. 고소한 냄새를 맡으니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렸어.

아주머니는 치킨 뼈나 고등어나 생선 같은 것들을 모아뒀다가 내게 주었어. 하지만 난 아주머니랑

친할 자신이 없었어. 어느 날 아주머니가 내게 말했어

“내가 널 괴롭히려고 부른 게 아니야, 네게 맛있는 거 주려고 부른 거야.”

“야옹 배고파요. 밥 주세요!”

“여기 치킨 뼈 많은데 먹으렴. 내가 있어서 먹지 않니? 알았다, 방문을 닫을 테니 어서 먹으렴!”

아주머니가 방문을 닫았어, 난 뼈를 물고 작은 방 아래로 들어가서 연한 목뼈를 아작아작 씹어먹었어.

너무 맛있어서 눈이 자동으로 감겼어.

“야옹, 치킨 너무 맛있다. 목뼈는 살이 많아서 좋아, 음-야.”

뼈 일부를 비상식량으로 땅속에 묻어두었어, 생쥐사냥을 하러 공장 뒤밭으로 올라갔어. 구멍 집에서

생쥐 냄새가 났어, 뾰족한 앞발로 팠더니 생쥐들이 놀라 다른 문으로 도망쳤어, 잽싸게 쫓아가서 기다란

발톱으로 눌러 제압했어. 금방 사냥해서 먹는 생쥐고기가 역시 최고야! 음~

한 마리로는 양이 차지 않아 몇 군데 구멍 집을 찾아내서 서너 마리 생쥐를 먹었더니 배가 불렀어.


배가 부르니 졸음이 몰려왔어.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을 막아주는 움푹한 곳을 찾았어. 밤새 잠을 자지 않고 사냥을 다녔더니 다리도 아프고 피곤해서 잠이 쏟아졌어. 한참을 잠에 취해 있는데 맛있는 생선 냄새에 잠이 깨었어. 냄새가 나는 곳으로 갔더니, 넓적한 바위 위에 명태 머리에 살점이 붙어 있는 것이 세 개나 있었어.

오랜만에 먹는 생선이라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어.

배가 부르자 잠이 또 몰려와서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실컷 자고 일어났더니 오후 4시가 넘었어.

사냥을 가기 전에 아침에 묻어둔 치킨 뼈를 씹어먹고 나무줄기에 발톱을 뾰족하게 갈았어. 앞다리와

뒷다리를 쭉 펴며 가볍게 스트레칭했어. 사냥준비가 끝났어.


그때였어, 얼굴에 주름이 지고 인상이 험한 들고양이가 나타났어. 내가 들고양이에게 "카"하며 이빨을

내놓고 인상을 험하게 썼지만 누런 들고양이는 날 보고도 보지 못한 척 딴청을 부리는 거야, 누런 들고양이가 나랑 싸우고 싶지 않은 거 같았어, 수컷이라 힘이 세 보였거든. 싸워도 내가 이긴 다는 보장은 없어.

내가 좋아하는 남자친구 스타일이 아니라서 얼굴을 돌려 보지 못한 척 뒷밭으로 올라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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