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동화모음] < 길고양이 나비 > 유정 이숙한
랑이가 눈 속에 다리를 다쳐 고개를 처박고 있는 장끼를 발견하고 발톱을 세우고 사정없이 두 발로
장끼를 내리쳤어. 장끼가 움직이지 않자 기절했나, 얼굴을 들이밀고 확인할 때, 축 늘어져 있던 장끼가
고개를 바짝 쳐들고 부리로 랑이의 코를 사정없이 쪼았어. 랑이의 코잔등에 상처가 나서 몹시 아팠어,
눈물이 났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랑이는 장끼의 목을 있는 힘껏 물었어. 발버둥 치던 장끼가 기진맥진
쓰려졌어. 랑이와 두기, 둥이는 꿩 사냥에 성공했어.
랑이는 장끼가 쪼은 코가 무척 아팠지만. 룩이에게 꿩고기를 주기 위해 입에 물고 집으로 가고 있었어'
뒤에 따라오던 둥이가 들쥐를 쫓아가더니 단번에 잡았어. 엄마인 내가 잘했다고 칭찬했어.
랑이는 룩이에게 나눠줄 꿩고기를 물고 가느라 들쥐 사냥을 포기했어. 우리 아이들은 사냥할 때 늘
마음을 합쳤어, 어려운 일 있을 때도 그렇고 우애가 좋았어.
우리 고양이 식구들이 걸어갈 때 수로에서 물을 먹고 있던 고라니가 놀라 껑충껑충 뛰어 도망갔어.
나는 고라니를 잡고 싶었지만 새끼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운이 없었어. 난 걷는 것이 힘들었어.
걷다가 주저앉고 걷다가 주저앉기를 여러 번 반복했어. 집까지 가려면 멀어 들판에서 노숙하기로 했어.
깊은 밤 어디선가 바스락 소리가 들렸어. 귀를 세우고 냄새를 맡아보니 꿩 가족이 풀숲에서 자고 있었어.
장끼 아빠와 엄마 까투리가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잠이 들어서 이게 웬 횡재인가? 하며 까투리를 낚아챘어.
놀란 장끼 아빠가 날개깃에 숨긴 아기꿩 두 마리를 데리고 죽어라 뛰어가더니 하늘 높이 날아갔어.
둥이와 두기가 번쩍 날아올라 아기 꿩의다리를 붙잡았어. 그러자 내가
“얘들아, 배도 부른데 아기꿩은 놔주렴.”
“엄마, 엄마 꿩을 잡으면 아기꿩들이 슬프잖아요, 엄마 꿩도 놔주세요!”
둥이의 말에 난 마음이 아팠어. 새끼들과 가려면 먹을거리가 있어야 했거든. 나는 아기꿩은 놔주고
엄마 꿩만 남겼어. 랑이와 두기, 둥이가 울며 매달렸어. 내가 말했어
“얘들아, 너희들도 먹어야 집까지 갈 수 있어, 생쥐 한두 마리로 부족하니 어쩔 수 없잖아?”
그때 바스락 소리가 났어. 나는 엄마 꿩을 놓아주었어. 엄마 꿩은 아기꿩들에게 날아갔어.
소나무 뿌리 틈에 있는 구멍 집에 산쥐 생쥐들이 여러 마리 있었어.
우리는 부족한 배를 채우고 새벽에 걸어가다 들쥐 생쥐도 6마리나 잡아 아침식사를 마쳤어.
랑이는 동생들을 보살피고 있는 룩이에게 줄 청둥오리 고기를 여전히 입에 물고 가고 있었어.
새벽에 집에 도착하니 누렁이 고양이가 사료를 먹어치우고 아기들이 자고 집을 기웃거리고 있었어
랑이는 ‘카’하고 어금니와 송곳니를 드러내놓고 싸우려고 했어.
우리는 누런 고양이와 싸워서 패하면 집과 영역을 빼앗겨 예전처럼 길고양이가 될 신세였어.
내가 누렁 고양이의 목을 꽉 물었어. 랑이도 기가 살았는지 앞발톱을 세우고 세게 긁었어.
랑이 눈가에서 피가 났지만 물러서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누렁이의 얼굴을 앞발로 마구 할퀴었어.
누렁이는 뾰족한 이빨을 내놓고 앞발톱을 세웠어. 그때 어디선가 랑이 아빠 얼룩이 나타났어.
아빠 얼룩이는 기운도 세고 덩치도 커서 누렁이는 꼬리를 내리고 뒷걸음을 치더니 줄행랑을 쳤어.
랑이는 얼굴에 피가 흐르자 아빠 얼룩이가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었어. 나는 랑이의 상처를 핥아
주며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
한동안 누렁이는 나타나지 않았어. 비로소 우리 집에 평화가 왔어. 아기고양이와 두기와 둥이,
룩이는 사냥감을 찾으러 다녔어. 나는 고양이 6마리를 데리고 논둑과 하천 둑에서 생쥐를 잡고
산에서 생쥐로 잡았어. 아주머니가 나 몰래 아기고양이들을 안아주고 만져주니 아기고양이들도
아주머니를 잘 따라서 아주머니 무릎에 안기고 다리에 몸을 비볐지만 난 모른 척 했어.